삼성 ‘반도체 비전 2030’ 발표 의미
시스템 반도체 133조원 투자 ‘청사진’ 메모리 이어 비메모리도 세계1위 목표 위기의 경제 ‘선순환 구조’ 구축 모멘텀
삼성전자가 24일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시장까지 장악하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로드맵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번 발표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며 반도체 전후방 산업과의 상생 방안을 제시한 것도 최근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에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주목된다.
‘반도체 비전 2030’의 핵심은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연구개발(R&D) 및 생산기술 확충에 총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하는 것이다. 대규모 투자와 고용 확대를 통해 자체 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중소기업들과 상생 협력을 통해 한국 반도체 생태계의 전반적인 수준을 제고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60%의 점유율을 차지해 왔지만 정작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는 인텔, 퀄컴 등 해외 기업들에 뒤처져 온 것이 현실이다.
5G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직면해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어서 하루라도 빨리 육성 계획이 나와야 한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삼성전자가 자사의 시스템 반도체 사업 강화와 함께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업체)들을 지원함으로써 기술력을 확보하게 된다면 시장 개척의 여지는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설계자산(IP)을 개방하는 한편 설계 불량 분석 툴과 소프트웨어도 지원해 중소업체들이 경쟁력있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 파운드리 고객지원 프로그램인 ‘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와 5나노를 비롯한 초미세 공정을 중소 팹리스 업체들에 제공해 초소형, 저전력, 고성능 제품 생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전후방 생태계를 강화하는 것은 국가 주력사업인 반도체의 저변을 확대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비전 제시는 올해로 삼성전자 창립 50주년을 맞아 이 부회장이 주도한 로드맵이라는 점에서도 항후 시스템 반도체 시장 공략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작년 8월 약 180조원 규모의 투자ㆍ고용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이번 발표로 존재감을 확실히 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1999년 창립 30주년에 내걸었던 ‘10년 후 매출 100조원 돌파, IT 업계 3위 진입’ 목표를 달성했고, 2009년 창립 40주년에 이건희 회장이 내놨던 ‘비전 2020’에서는 2020년까지 한해 매출 4000억달러(당시 기준 약 473조원)로 전세계 IT업계에서 압도적 1위에 올라서는 동시에 글로벌 10대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한 바 있다.
이번 ‘반도체 비전 2030’은 반도체 사업에 국한됐지만 신성장동력 확보, 동반성장ㆍ상생협력, 일자리 창출 등 정부에서 추진하는 발전 전략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청와대에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다운턴(하락국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우려에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며 “기업이 성장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밝히며 반도체 시장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시사한 바 있다.
이태형 기자/thlee@her 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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