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봉준호 감독이 포착한 한국 사회는 멀리서 보면 웃기지만 들여다볼수록 섬뜩하다. 날카로운 풍자에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허를 찌르는 반전에 긴장감이 고조된다. 하나의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복합장르 안에 담긴 현실적인 이야기가 다채로운 감정을 만들어낸다. ‘기생충’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법한 두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반지하 방에 온 가족이 모여 살고 일거리가 있으면 모두가 동원돼야 생계유지가 가능한 기막힌 지경이지만, 어울리지 않는 긍정적이고 당당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극한에 몰린 가족들은 살아남기 위해 접근한 박 사장(이선균 분)네 가족도 평범한 듯 기묘하다. 우아한 사모님 연교(조여정 분)는 대학에 다닌다고 거짓말을 하는 기우(최우식 분)의 화술에 넘어가 그의 동생 기정(박소담 분)까지 가정교사로 들이는 빈틈을 보여준다. 언뜻 사람 좋아 보이는 박 사장도 선을 넘으면 가차 없이 해고를 통보하는 차가운 기득권의 모습으로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영화 중반까지 특별한 사건 없이 진행되는 ‘기생충’은 이 성격 확실한 두 가족 구성원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끼게 한다. 전원 백수 기택(송강호 분)네 가족이 박 사장의 집에서 기생하기 위해 위조와 거짓말을 꾸미는 모습이 긴장감을 자아내기는 하지만, 큰 사건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캐릭터들이 이끄는 예측불허 전개가 꾸준한 몰입을 유도한다. 특히 배우들은 살아있는 연기를 통해 다소 판타지적이고 과장된 인물을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곳곳에 심어진 웃음 코드들도 소소한 웃음을 유발하며 물 흐르듯 전개를 따라가게 만든다. ‘봉테일’이라 불리는 봉준호의 디테일한 설정과 상황, 대사들은 능숙하게 관객들을 원하는 곳으로 이끄는 것이다. 유쾌하게 웃다가 묵직하게 다가오는 씁쓸함은 결코 이 영화가 가벼운 영화가 아님을 보여준다.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의 굴레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부의 공허함 등 각 가족 내에 숨겨진 문제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아무리 살을 부대껴도 절대 섞일 수 없는 두 계급간의 심각한 양극화를 통해 뿌리 깊은 사회 문제를 꼬집는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미장센도 돋보인다. 꼬리칸 사람들의 반란을 통해 계급 문제를 드러낸 ‘설국열차’가 수평적 구조 안에 메시지를 담아냈다면, ‘기생충’은 아무리 올라가고 싶어도 결코 쉽지 않은 심각한 양극화를 수직적 구조 안에 담아낸다. 반지하와 대저택의 반복된 대비와 대저택 내 긴 계단은 영화의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절묘한 장치가 된다. 잘 짜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다 보면 목도하게 되는 후반부 충격적인 사건들은 섬뜩함까지 자아낸다. 절박했고, 그래서 뻔뻔해진 기택 네 가족이 만든 파국은 그들의 행동을 웃으며 보던 이들을 큰 충격에 빠뜨리게 된다. 보는 이들을 미처 알지 못한 곳으로 이끄는 봉준호의 능숙한 연출력이 빛나는 지점이다. 공감과 웃음, 분노와 씁쓸함 등 다양한 감정이 모두 담긴 ‘기생충’은 결국 우리네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더욱 긴 여운을 남긴다. 봉준호의 지휘를 확실하게 구현한 배우들의 연기도 빛난다. 송강호의 연기야 말할 것도 없지만 부잣집 사모님의 묘하게 단순한 성격을 제 옷을 입은 양 소화한 조여정은 물론, 아슬아슬한 성격을 긴장감 있게 보여준 이선균도 뛰어나다. 절박함에 택한 잘못된 선택에 점점 제 성격을 드러내는 이중적 면모를 소화한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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