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자체 20곳 ‘놀이혁신 선도’ 초등 1·2학년 쉬는시간 30분으로

순천시 운영 ‘기적의 놀이터’ 등 놀이공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3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포용국가 아동정책 현장 발표회’에서 아이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3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포용국가 아동정책 현장 발표회’에서 아이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놀고 싶을 때 놀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세상’, ‘밤 늦게까지 공부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세상’ 우리 아이들이 바라는 ‘세상’이다. 아이들은 또 성적에 상관없이 참여권을 보장받을 수 있고, 성적을 포함한 아동의 개인정보와 사생활이 보호되는 세상을 원한다. 우리나라 아동인권의 현주소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아동권리 스스로 지킴이’의 활동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돼 지난해 11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된 ‘대한민국 아동보고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지금 우리나라 아동이 처한 현실은 집과 학교, 학원을 매일 쳇바퀴처럼 돌면서 공부에만 매달릴 것을 강요한다. 친구관계 형성과 놀이, 여가생활 등 사회적 활동은 들어설 여지가 없다. 창의성과 사회성 결여는 물론, 절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이런 문제인식에서 정부는 ‘아동이 행복한 나라’라는 비전을 내걸고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23일 발표했다. 아동이 양육의 대상이 아니라 행복을 누려야 할 권리의 주체라는 인식에 기반을 둔 정책이다. 아동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국가의 책임을 확대하고 아동의 놀이권, 건강권, 인권 및 참여권, 보호권 등 4개 영역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초등학교 3학년인 민호는 학교수업 후 바로 학원버스를 탄다. 미술, 피아노, 수학학원을 마치면 이미 늦은 저녁이다. 민호 친구 지영이는 친구들과 놀고 싶지만, 놀 시간도 놀 장소도 없다. 학교 쉬는 시간은 화장실 다녀오기도 바쁘고, 점심시간도 줄서서 급식을 먹고 나면 끝이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운동장에서라도 놀고 싶지만 친구들도 모두 학원차를 타고 뿔뿔이 흩어진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민호의 일상에 변화가 생겼다. 민호의 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돼 ‘블록수업’이 도입되면서 수업시간은 40분에서 80분으로 늘어났지만, 쉬는 시간이 30분으로 길어져 친구들과 신나게 놀 수 있게 됐다. 새로 생긴 실내 놀이실은 깡통, 상자 등 재활용 도구로 뭔가를 만들고 있는 친구들로 가득하다. 민호의 주말도 많이 달라졌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은 민호가 사는 빌라의 자치회에서 주차장 공간을 활용해 벼룩시장을 연다. 민호는 친구들과 인형이며, 장난감, 옷가지 등을 사고 파는 재미에 신이 난다.

민호의 경우처럼 ‘학교-학원-집’으로 이어지던 아이들의 삶이 달라질 날이 멀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23일 ‘아동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했다. 어린이가 놀고 싶을 때 놀 수 있는 이른바 ‘놀이권’ 확대가 주목을 끈다. 보건복지부는 “아동이 놀이를 통해 창의성·사회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놀이혁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놀이는 목적 없이 자발적으로 즐거움을 추구하고 에너지를 발산하는 행위다. 아동 발달에 필수적이만 그동안 우리 어린이들은 과도한 학구열 등으로 인해 ‘놀이권’을 누리지못했다. 복지부의 2018년 아동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15세 아동은 읽기 능력과 수학, 과학 수준은 최상위권이었지만 부모와 보내는 시간이 하루 48분에 불과하고, 어울리는 친구 수도 5.4명에 그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3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포용국가 아동정책 현장 발표회’에서 아이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3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포용국가 아동정책 현장 발표회’에서 아이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이에 정부는 어린이가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에서 맘껏 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먼저 지역사회 중심으로 아동이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는 놀이혁신 정책이 추진된다. 내년에 20개 지자체를 ‘놀이혁신 선도지역’으로 지정하고 학부모·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놀이혁신위원회’를 설치해 지역사회에 적합한 ‘놀이혁신 행동지침’을 수립할 방침이다.

아동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공간을 만드는 것도 주요 과제다. 전남 순천시가 운영하는 ‘기적의 놀이터’가 모범사례로 꼽힌다. 기적의 놀이터는 아동과 놀이터 전문가, 공무원, 주민이 함께 흔들다리, 개울, 언덕과 골짜기 등을 설계해 만든 놀이공간이다. 또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이나 빈 공터 등에 조성하는 ‘반짝 놀이터’, 학교 운동장에 만드는 ‘반짝 수영장’ 등도 새로운 놀이 공간이 될 수 있다.

교육과정도 놀이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편된다. 정부는 유치원·어린이집의 만 3~5세 공통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을 ‘놀이중심’ 과정으로 개편해 하루에 1시간 이상은 아이들이 또래와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에 대해서는 ‘불록수업’과 같은 교과 과정을 개발하기로 했다. 놀이를 위한 학교 환경 개선에도 5년간 5000억을 투자한다. 교실을 모둠 활동 등이 쉬운 형태로 개선하고, 복도·현관 등 교내 자투리 공간을 실내 놀이실로, 운동장·체육관 등을 블록형 놀이공간으로 변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성창현 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장은 “적절한 휴식과 놀이가 부족하면 어린이의 인지와 정서 발달에 악영향이 온다”며 “어린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배려하는 지자체, 창의적 놀이를 통해 잠재력을 키우는 학교 두 공간이 놀이권 보장의 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우 기자/


dew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