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초 처리 여부도 오리무중…정부 내년 경제정책도 차질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여야 정치권이 선거법·공수처법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강행과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로 맞서면서 국회가 사실상 멈춰 선 가운데, 이미 법정 처리시한을 넘긴 내년도 예산안이 하염없이 표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오는 10일 처리 여부토 극히 불투명한 상태로, 지난 2015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최악의 지각 처리가 예고되고 있다.
게다가 정치권이 ‘조국 사태’와 패스트트랙 법안 등으로 장기간 극한 대결을 펼치면서 각 상임위의 심사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이 본회의에 그대로 상정된 상태다. 당초 공언했던 ‘송곳 심사’는 이미 물건너간 상태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4+1’ 협의체가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뺀 상태에서 합의안 도출을 시도하면서, 최악의 날림·부실 심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6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국회는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지난해까지 4년 동안 늦어도 법정시한 경과 1주일 이내에 예산안을 처리했으나, 올해는 훨씬 늦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정부는 이번 정기국회 회기(12월 10일) 이내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며, 국회의 협조를 촉구하고 있다.
국회는 2015년과 2016년에는 처리시한을 하루 넘긴 그해 12월 3일 예산안에 극적으로 합의해 처리했으나, 2017년 정권 교체로 여야가 뒤바뀐 이후부터는 매년 처리시한이 늦어졌다. 2017년에는 12월 6일, 지난해엔 8일에야 예산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지만, 그래도 일주일을 넘기진 않았다.
올해는 패스트트랙과 필리버스터 대치로 국회가 파행을 지속하면서 언제 처리될지 오리무중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4+1 협의체’는 내년 예산안과 패스트랙 합의안을 마련해 오는 9일 국회 본회의에 일괄 상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실현 가능성보다는 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압박하는 카드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자유한국당은 원내대표 등 지도부 교체와 맞물려 있어 상황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513조5000억원의 슈퍼예산안에 대한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상임위의 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안이 지난달 예결위로 넘어왔지만, 예결위는 대부분의 쟁점 사업을 ‘보류’로 분류해 소(小)소위로 넘길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후 여야 대치가 격화하면서 예산안 심사는 멈췄고, ‘4+1 협의체’가 감액·증액을 심사하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의원들의 지역 민원성 예산 등 증액 요구액이 10조원에 달하는 상태에서 예산안이 정밀검증 없이 나눠먹기식으로 짜여질 가능성도 있다. 과거 사례를 볼 때 여야가 막판에 타협점을 찾으면서 유력 정치인들의 ‘쪽지예산’이 범람해 예산안이 누더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무책임한 정치권의 예산안 심사 직무유기로 우리경제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정부의 내년도 경제정책방향 수립이나 내년초 예산 집행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이날 혁신성장전략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예산안 처리가 지연될수록 내년 집행도 늦어지게 되고 이의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들께 돌아간다”며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호소가 국회를 얼마나 움직이게 만들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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