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기소하지 말자고 의견을 낸 심재철 대검 반부패·형사부장에게 “당신이 검사냐”고 따진 양석조 검사의 언행이 논란이 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이 사안을 ‘추태’로 치부했다. 그런데 이 사안의 본질은 검사가 상가에서 추태를 부렸느냐가 아니다. 말다툼을 벌인 검사들 중 누가 윗사람이고 아랫사람인지, 고성을 질렀는지 말았는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신임 심재철 부장은 특수수사 경력이 거의 없다. 예전으로 치면 대검 중수부장 자리인데, 전국 부패수사를 총괄한다. 대기업이나 정치인들 여럿 수사해본 검사들 중에서도 가장 유능한 사람이 지명되는 곳이다. 별다른 기획수사 경험없이 갓 검사장으로 승진한 심재철 검사가 반부패부장이 된 것은 이례적이다. 대학 시절 조 전 장관과 학회활동을 같이한 사이로 알려진 심 검사장은 추 장관 인사청문준비단에서 실무작업을 맡았다.
굳이 이 배경을 거론한 건 본질을 따지기 위해서다. 조 전 장관의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은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다. 유재수는 청와대 첩보가 올라왔을 단계부터 이미 수뢰액이 1000만원이 넘었다. 그런데도 천경득, 김경수 같은 인사들이 구명운동을 벌였고 결국 감찰은 무산됐다. 유재수는 오히려 국회로 영전한 뒤 부산시 경제부시장까지 지냈다.
여기에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이다. 직권남용은 소위 ‘적폐수사’ 이전에는 잘 활용되지 않던 범죄다. 최근에서야 법리가 개발되고, 법원 판단도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 검찰 내에서는 원래 최순실 게이트와 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수사 경험이 있는 한동훈 반부패부장과 이번에 ‘상갓집 논란’ 당사자인 양석조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 정도가 가장 이 분야에 해박한 검사로 꼽힌다.
전직 청와대 민정수석이자 법무부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는 쉽지 않다. 수사팀이 제대로 법리검토도 하지 않고 영장을 청구했다가 역풍을 맞는 일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검찰에게 남은 선택지는 기소·불기소가 아니라, 영장을 재청구할 것이냐 불구속기소할 것이냐였다고 봐야 한다. 전직 법무장관을 구속심사대까지 세워놓았고, 법원에서 “혐의가 소명된다”고까지 밝힌 사안을 기소하지 않는다면 검찰 스스로 그동안 무의미한 수사를 해왔다는 점을 자인하라는 셈이다. 수사팀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의견이다. 이 사안은 후배 검사가 선배에게 대들었느냐가 본질이 아니다. 핵심은, 이미 수사가 마무리 된 상황에서 부임한 지 일주일도 안 된 새 검사장이 전임자와 기존 수사팀이 다져놓은 토대를 뒤집으려고 시도했다는 점이다. ‘장관이 꽂아넣은’ 반부패부장이 사건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기록이나 제대로 봤느냐”는 반박은 그냥 나온 게 아닐 것이다.
“피의자(조국 전 장관)는 직권을 남용해 유재수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했다.” 권덕진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판사가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밝힌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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