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무증상 감염 의심자 못 걸러내 뼈아파
권고 무시한 정부 때문에 2위 발생국”
예방의학회
“중국 내 바이러스 확산 속도 줄어들어
공포·낙인으로 불안감만 더 커질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진자 증가세에 좀체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고, 정부도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함에 따라 ‘중국인 입국 제한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정부와 대한예방의학회·한국역학회는 중국인을 입국 제한하더라도 실익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반면, 지금이라도 중국인 입국을 제한해 추가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중국인 입국제한 해야”…목소리 높이는 의협= 중국인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대한의사협회 등을 중심으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얘기지만 보건당국이 후베이성에만 집착하는 사이에 후베이성을 빠져나가 광둥성 등에서 국내에 입국한 무증상의 감염 의심자들을 걸러내지 못한 게 뼈아픈 실수이고 방역의 구멍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검역망에 대해 사례정의를 하다보면 결국 빈틈이 생기게 마련”이라며 “후베이성 입국자 전수조사를 했지만 30여명은 추적이 안 됐고 29·31번 확진자 사례가 지역감염의 첫 사례인데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무증상으로 자연치료도 되지만 나이가 많고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층이 아픈데도 견디다가 중증상황으로 가기 전 10여일 넘게 전국을 다니면서 확산이 되는 양상”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이라도 중국인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6일부터 중국 입국금지 조치를 6차례나 권고하기도 했다.
의협은 지난 24일에도 성명서를 통해 “의협은 지난달 26일부터 감염원 차단을 위해 중국발 입국자들의 입국 금지 조치가 필요함을 무려 6차례나 강력히 권고했지만 정부는 의협의 의학적 권고를 무시하고 있다”면서 “그 결과 대한민국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코로나19 발생국가가 되었다”고 밝혔다.
의협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면서 “중국발 입국자들에 대한 한시적 입국금지 조치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도 24일 국회에서 “대통령이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올렸지만 방역의 핵심인 중국인 입국금지는 이번에도 빠졌다”며 “전 세계 41개국이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입국 제한조치를 하고 있다. 더 이상 중국의 눈치를 볼 것 없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청원이 76만여명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불필요한 비용 소모…“중국인 입국금지 실효성 없다”=하지만 일각에선 중국인의 입국제한이 불필요하며 오히려 사회적인 비용만 소모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 역시 중국인의 유입이 상당 부분 줄어들었고 중국 내에서도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줄어들고 있어 현재의 방역 기준을 유지하는 것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한예방의학회·한국역학회는 지난 10일 공동성명서를 통해 “외국인 입국 제한에 있어 국가 간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히려 특정 국적인에 대한 공포와 낙인으로 인해 불안감과 사회적 비용만 소모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후 국내 확진환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지만 학회의 입장은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중국인에 대한 전면 입국금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23일 감염병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조정한 뒤에도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추가적인 입국금지 검토보다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24일 “중국인 입국은 관리 가능한 상태를 유지해왔다. 중국인 입국자 수가 8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에서는 중국인 입국금지 카드를 쓸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도 국내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지, 중국인 입국금지는 이미 늦은 대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은 지역사회 전파나 병원 감염 등에 더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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