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뉴스24팀] 지난 3일, 서울시가 코로나19 창궐의 ‘주범’ 으로 꼽히고 있는 신천지 법인을 해산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며칠 후 신천지(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는 “서울시가 법인을 해체해도 신천지가 해체되지는 않는다”며 반박 성명을 냈습니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만하기 짝이 없는 태도”라며 강경대응 방침을 10일 거듭 밝혔습니다. 법인 해산에 더해 교인 확진자와 그로 인해 감염된 환자의 치료비용, 방역비, 행정비용까지 청구하겠다는 겁니다. 신천지에 대한 세무조사도 착수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의 여파가 서울시와 신천지의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정작 신천지로 인해 대규모 감염 사태를 겪고 있는 대구보다 서울시가 더 강하게 신천지와 대립하는 모양새입니다.
서울시는 정말로 신천지 법인을 해산할 수 있을까요?
근데, 법인이 뭐야?
서울시가 해산하겠다는 대상은 정확히 말하면 신천지 ‘법인’입니다. 종교를 해산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신천지와 관련된 법인 허가를 취소하겠다는 거죠. 정확히는 서울시에 법인으로 등록된 ‘새하늘 새땅 증거장막 성전 예수교 선교회’라는 비영리 사단법인의 허가를 취조하겠다는 겁니다. 이름이 참 길죠? 비영리 사단법인이라는 단어도 일반의 시선에서는 생소합니다.
법인(法人)은 사람처럼 ‘법적 권리나 의무의 주체로 인정받는 자’를 말합니다. 인정 받는 대상이 단체면 사단법인, 재산이면 재단법인이라고 부릅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신천지 법인은 사단법인, 그 중에서도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등록했습니다. 신천지 법인처럼 종교 관련 사업을 하는 비영리법인을 ‘종교관계 비영리법인’, 편의상 ‘종교법인’이라 부릅니다.
서울시만 신천지 법인 허가해 준 거 아니야?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종교법인 설립허가를 내줘 신천지가 교세를 확장할 수 있었다며 허가 자체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렇다면 신천지는 어떻게 서울시로부터 허가받을 수 있었을까요?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기준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비영리법인을 설립하는 데 ‘허가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법인설립 허가를 받는 데 주무관청의 재량이 들어가는 걸 허가주의라고 합니다. 필요한 요건을 다 갖추었다면 반드시 허가해야 하는 ‘준칙주의’보다 엄격한 개념입니다.
허가주의에 따른 주무관청의 재량이 어느 정도인지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립니다. 법인설립에 ‘허가주의’를 채택했다 해도 우리나라 헌법상 종교의 자유 및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중앙행정사사무소 김판석 행정사는 법인설립 허가에 대해 “대표자 및 임원의 범죄 경력을 확인하고,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킬 여지가 있을 경우 지자체가 승인을 내주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행정사는 “허가주의는 여러가지 이유로 허가를 안 해줄 있어 재량이 상당히 크다”면서도 “박원순 시장 때부터 종교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법인설립을 허가하는 경향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서울시에는 436개(2019.10.21 기준)의 종교법인이 있습니다. 2010년부터 급증하기 시작, 매년 최소 5개 최대 20개의 종교법인이 새로 등록됐습니다.
법인 설립허가, 취소할 수 있을까?
허가를 받은 비영리법인이 취소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관련 행정지침에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한 때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한 때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나와있습니다. 하지만 허가 이후 이를 확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관계자의 이야깁니다.
임석진 서울시 종무팀장은 지난 11일 뉴스24팀과의 통화에서 “과거에는 설립허가 이후 종교법인이 주무관청으로 사업이나 예산 사용 계획을 제출하기도 했으나 2005년 그 규정이 삭제됐다”며 “종교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 종교법인에 대한 문제제기나 제보가 들어오지 않는 한 설립허가 이후에 따로 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례적으로 법인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천지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였습니다. 근거로 불성실한 신도 명단 제출, 전수조사 거부, 위장시설에서의 포교·모임 지속 등을 들었습니다. 신천지의 비협조적 태도가 코로나19 피해를 키워 공익을 해쳤다고 해석한 겁니다.
법인 취소되면 신천지도 사라지는거야?
그렇다면 서울시가 법인 허가를 취소하면 어떻게 될까요? 신천지라는 종교가 아예 사라지는 걸까요? 법인이 가지고 있던 재산은 누가 갖게 될까요?
일단 법인 허가가 취소되더라도 신천지라는 종교가 사라지는건 아닙니다. 서울시에 등록된 법인격만 사라질 뿐, 이들의 신앙 활동을 제재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신천지 신도들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각 지역의 교회에 나가고 포교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단, 비영리법인으로서 받아온 세제 혜택은 사라집니다. 현행법상 법인이 종교 목적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은 과세 대상이 아닙니다. 부동산도 종교 목적(교회, 사찰 등)으로 구입하면 취득세를 면제받습니다. 신도들이 기부금을 내고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영수증도 끊을 수 있습니다. 만약 신천지 법인이 취소되면 법인과 신도들에게 주어지던 이러한 혜택들이 사라지는 겁니다.
법인 설립허가가 취소되면 재산도 처분해야 합니다. 재산은 법인의 운영 규칙을 담은 정관에 따라 처분되는데, 대개 총회를 거쳐 비슷한 단체에 귀속됩니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 처분되지 않은 재산은 정부나 지자체에 돌아갑니다.
신천지 법인 취소, 가능한거야?
문제는 현실가능성입니다. 설립 허가 취소의 주요 근거인 ‘공익성’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련정종(日蓮正宗)입니다. 2014년 7월 서울시는 일련정종 관련 단체(사단법인 한국불교일련정종구법신도회, 이하 구법신도회)의 법인 설립을 허가했다가 5개월 만에 취소했습니다. 일련정종이 일본의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종교라며 민족·시민단체가 반발했기 때문입니다. 구법신도회는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대법원까지 갔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구법신도회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2017년 12월 대법원은 “사회적으로 갈등이 생길 염려가 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당해 법인의 목적사업 또는 존재 자체가 공익을 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쉽게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말했습니다. 쉽게 말해 공익을 해한다는 이유로 종교 관련 단체를 해산할 경우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13일 청문회, 신천지의 운명은?
신천지 법인 해산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립니다. 행정사합동사무소 민행 24 박준규 대표행정사는 “법인이 취소되려면 해당 단체의 설립 목적이 위법이거나 공익을 해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이를 증명하기 어렵다”며 “서울시가 해산 결정을 내린 일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해산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성신행정사사무소 신민규 행정사는 “공익과 종교의 자유가 충돌하는 문제라 어느 쪽에 무게를 둘 것이냐가 관건”이라며 “다만 정부가 신천지에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어느 선까지 지워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칫하면 지자체가 신천지 재단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신 행정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이 예외적이고, 지자체도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단정할 순 없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시는 13일 법인 취소를 위한 청문회를 엽니다. 청문회를 거친 뒤 서울시는 이르면 16일 법인 허가 취소 결정을 내릴 예정입니다. 서울시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과연 서울시는 신천지 법인이 공익을 해쳤다는 사실을 증명해낼 수 있을까요? 신천지의 운명이 어떻게 될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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