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2년 2월 1일 남산에선 만화책 화형식이 열렸다. 소위 만화 ‘분서갱유’다. 당시 만화는 불량 문화를 대표하는 매체였다. 불량 만화는 흉악한 사회의 어두운 면을 어린이들이 접하는 통로가 되고 이는 정서 발달에 해를 끼친다는 것이 만화책을 대량으로 쌓아두고 불을 지른 이유였다. 만화책이 불타는 장면은 당시로선 꽤나 선정적이었다. 이를 본 부모들은 만화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자식들의 만화방 출입을 금했다. 당시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공부를 못하는 이유’를 만화책에서 찾았다. 1970년대를 관통한 ‘만화 퇴출’ 운동은 오늘에도 반복된다.

2020년 한국에서 유행하는 ‘우리 아이 공부 못하는 이유’는 게임 탓이다. ‘머리는 좋지만 집중력만 부족한’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게 된 이유는 게임 때문이고, 따라서 게임을 없애면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할 수 있다고 믿었다. 게임 환경이 PC 기반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간 이후엔 스마트폰 게임이 부모들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우리는 언제나 공부못하는 내 아이 걱정이 컸고, 때문에 그 원인을 찾거나 또는 발명해 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사실 이는 알지 못하는 영역을 ‘상상력’으로 채워 설명을 해왔던 역사의 일단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별빛을 이렇게 상상했다. 밤하늘에는 ‘암막’이 씌워져 있는데, 그 암막의 일부가 구멍이 나서 바깥의 햇빛이 들어오는 것을 별빛이라고. 지진에 대해선 지구를 어깨에 올려둔 아틀라스(신화 속 인물)가 어깨가 아파오자 다른 쪽 어깨로 위치를 바꿀 때 일어나는 진동이라는 설명했다. 인간은 알지 못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진실에 부합하든 아니든 설명이라도 할 수 있는 어떤 것은 아예 설명조차 하지 못하는 것보단 덜 두렵다.

또 하나의 ‘상상력 해법’이 있다. 공매도다. 굳이 작명하자면 ‘내가 산 주식이 떨어지는 이유’쯤 된다. 지난 13일 정부가 공매도를 6개월간 일괄 금지키로 했다. 전날(12일) 유럽과 미국 증시가 ‘코로나19’ 사태로 기록적 폭락세를 보이자 정부가 다급히 내놓은 처방이다.

그러나 두 차례의 과거 사례를 보면 ‘공매도 금지’의 증시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다. 첫 금지기간(2008년 10월 1일 부터 8개월간) 코스피는 1439포인트에서 1395포인트로 낮아졌다. 두 번째 금지 기간(2011년 8월 10일~11월 9일) 코스피는 1800선에서 1600선으로 떨어졌다가 1900선 초반에서 끝이 났다. 공매도를 금지해도 주가는 떨어질 만큼 떨어졌고, 오를 만큼 올랐다.

‘코로나19’ 사태가 ‘세계적 대유행(pandemic)’ 단계다. 금융과 실물 모두 위기다. 당국 입장에서는 뭐라도 해야 한다며 다급할 수 있다. 주식 투자자 다수가 ‘공매도 금지’를 원한다면 응급책으로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증시는 심리다. 다만 ‘공매도 금지’는 수많은 시장안정책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이왕 공매도를 주가 하락의 희생양으로 정했다면, 차라리 아주 강력한 처벌을 하면 어떨까? 불법 공매도에 대한 국내법 처벌은 과태료 수준인데, 아예 미국 수준(징역 20년)으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식이다. 적어도 심리적 안정감은 좀더 주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