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미국 검찰-금융당국으로부터 AML 위반 1천억 벌금
연방 검찰이 직접 나선 것 이례적... “비밀조항이라 알기 어려울 것”
[헤럴드경제=홍석희·이승환 기자] 기업은행이 미국 연방 검찰과 뉴욕 금융감독청으로부터 자금세탁방지(AML) 위반 등의 혐의로 벌금 1049억원을 부과받았다고 공시했다. 은행권 안팎에선 미국 검찰이 직접 나선 것에 포커싱을 맞추고 있다. 기은 측은 지난해 말 이미 충당금으로 편성돼 있어 실적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히고 시스템 개선도 마쳐 합의 종결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기은은 21일 오전 공시를 통해 “미국 뉴욕시간으로 4월 20일 미국 연방검찰 뉴욕 남부지검, 뉴욕주 검찰 및 뉴욕주 금융감독청과 각 합의서를 체결하고, 당행의 한·이란 경상거래 관련 원화결제업무 수행 및 당행 뉴욕지점의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의 적절성 등에 관해 진행된 위 미국 정부기관들에 의한 조사를 모두 종결지었다”고 밝혔다.
기은이 미국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곧 받을 것이란 관측은 지난달부터 제기돼 왔다. 기은은 지난달 24일 ‘우발채무 관련 사항 및 계류 중인 소송가액’ 공시에서 “미국 검찰을 비롯한 미국 정부기관으로부터 미국 제재대상 국가 관련 거래에 대하여 미국 제재법령 준수 여부를 조사 받고 있다”고 밝혔다. 수년을 끌어온 사건에 대한 결과가 나올 시점이 임박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기은이 받은 과징금 항목은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와 이란제재 위반 혐의 등 크게 두가지다. 미국 연방검찰이 부과한 벌금액은 5100만달러(622억원)고, 뉴욕주 금융감독청이 부과한 벌금액은 3500만달러(427억원)다. 기은은 두 곳의 미국 당국에 벌금을 내게 된다.
기은이 천억원대 벌금을 미국 당국에 내게 된 것은 지난 2011년 2월부터 7월까지 국내 A사가 기업은행 원화 결제 계좌를 이용해 수출대금을 수령한 후 해외로 미 달러화 등을 송금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점 때문이다.
은행업계에선 미국 검찰이 직접 나선 것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다. 예컨대 자금세탁방지(AML) 위반으로 한국 금융사로선 처음으로 미국 당국의 제재를 받은 농협은행 미국 뉴욕지점은 지난 2018년 뉴욕 금융감독청으로부터 AML 내부 통제 기준 위반으로 1100만달러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통상의 경우 금융감독청이 나서는데, 기은 사건의 경우엔 미국 연방검찰이 나섰다는 점이 기존과는 다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금세탁 위반 안건만 있었다면 금융감독청이 나섰겠지만 미국 연방검찰이 나선 것은 또다른 위반 혐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라며 “미국 당국과의 합의 사항은 비밀조항으로 묶여있어 아마 국내 금융당국에도 신고를 하지 않을 것이다. 실체 파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관련 기은 관계자는 “BNP파리바의 경우 뉴욕검찰과 뉴욕금융감독청(NYDFS)으로부터 각각 22억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았고, 프랑스 은행 크레디 아그리콜은 뉴욕 검찰로부터 1억6000만달러의 벌금과 NYDFS 3억8000만달러의 추징금을 받았다며 “기은 사건의 특성 때문에 검찰과 함께 조사를 받은 것일뿐 특별히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려했던 것 보다 월등히 대응을 잘했던 결과로 보인다. 벌금액수 측면이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며 “미국 당국으로부터 제재 받아 파산한 은행들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이라 평가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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