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 장군 사후 안장문제로 보훈처와 '갈등'
광복회가 추진중인 국립묘지법 개정안 여파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광복회가 백선엽 장군의 사후 국립묘지 안장 문제로 촉발된 친일인사 파묘 논란에 대해 "변함없이 가겠다"고 28일 밝혔다.
광복회 관계자는 "현재 추진 중인 친일찬양금지법 제정, 국립묘지법 개정을 흔들림없이 이뤄낼 것"이라면서 "이와 함께 추가로 진행할 사안을 현재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추진하는 친일찬양금지법, 국립묘지법의 플러스 알파"라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에 알리겠다"고 했다.
'플러스 알파'는 광복회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친일부역자 청산 관련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보훈처 산하 공법단체인 광복회는 1965년 독립운동가와 그 유족들을 중심으로 설립돼 독립운동 선열들의 정신을 보존·계승하고, 민족정기를 선양하는 활동을 한다.
광복회는 최근 일제강점기를 미화하는 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친일찬양금지법의 제정과 국립묘지에 안장된 친일·반민족 인사의 묘지에 친일행적비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광복회에 따르면, 4.15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16일부터 4월 7일까지 국회의원 후보들을 대상으로 이 두 법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7%가 찬성했다.
21대 국회에서 두 개 법안의 제정 및 개정이 유력해진 가운데 전날 백선엽 장군의 사후 국립묘지 안장 문제가 불거졌다.
보훈처가 백 장군 측과의 사후 안장 문제 논의 과정에서 광복회가 추진 중인 국립묘지법 개정에 대해 언급해 백 장군 측이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장군이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 등에 등재된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보훈처는 "백 장군은 현행법상 국립묘지 안장 대상으로 서울현충원은 공식적으로 안장지가 모두 완료되어 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다"며 "국립묘지법 관련 언급은 최근 추진되고 있는 법 개정 관련 상황을 백 장군 측과 공유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대한민국재향군인회는 전날 백 장군의 안장 문제와 관련해 "백 장군은 창군 멤버로서 6.25전쟁 시 최악의 전투로 알려진 낙동강 방어선상의 '다부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주역이며 인천상륙작전 성공 후 평양 탈환 작전을 성공시킨 국내외 공인 전쟁 영웅"이라며 "창군 원로들을 친일파로 몰고 가는 것은 대한민국 국군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독립'과 '호국'의 맏형격인 보훈단체인 광복회와 재향군인회의 친일 문제에 대한 입장 대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10일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백선엽 장군을 만나 "북한군 창설에 기여하고 6.25 남침의 주범 가운데 한 명인 김원봉이 국군의 뿌리가 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백 장군님이 우리 군을 지켰고, 오늘에 이르게 됐다는 사실이 명백한데 김원봉이라는 사람이 군의 뿌리가 된 것처럼 말을 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한 것이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
김원웅 광복회 회장은 엿새 뒤인 6월 16일 백 장군이 일제강점기 만주군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한 점을 지적하면서 황 대표의 발언에 대해 "국가정체성을 부인하고 항일독립정신을 외면하는 것"이라면서 황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김 회장은 "간도특설대는 독립군 말살의 주력부대였다"며 "중국 정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간도특설대 활동 무대였던 연변 지역에서 숨진 항일열사가 무려 3125명이고 그 중 85%가 조선인 독립군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나흘 후인 6월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재향군인회가 김원웅 회장 규탄집회를 열었고, 광복회 역시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맞불집회를 열며 대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