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단계 패널설치, 코로나 확진 급증세에 기약없어
WTO 상소기구 폐쇄…“실효성 없다”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정부가 우리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재개키로 했지만 정식 절차를 밟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WTO 분쟁 해결기구가 잠정 휴업상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등의 견제로 WTO 위상이 흔들리고 있어 실효성 논란도 제기된다.
4일 통상당국 한 관계자는 “WTO 제소 재개는 분쟁 해결기구에 패널설치 요청서를 보내는 것으로 시작된다”면서 “그러나 코로나19로 분쟁 해결기구가 열리지 않은 상태라 정식 절차를 언제 시작할 지는 기약할 수 없다”고 말했다.
WTO 분쟁 절차는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몇 개 안되는 카드 중 핵심이다. 그러나 WTO 분쟁 절차 재개의 최대 변수로 코로나19가 등장했다. 분쟁 해결 절차를 다시 진행하려면 본격적인 재판에 해당하는 WTO 분쟁 해결기구에 패널 설치를 요청해야하는데 스위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WTO 일상적인 업무가 힘든 상황인 것이다. WTO 본부가 있는 스위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지난달 3만명을 훌쩍 넘었다.
또 분쟁해결기구에 패널설치를 요청한 후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통상 1년 이상 걸린다. 1심 결과에 불복하면 최종심인 WTO 상소기구로 사건이 올라가는데, 여기서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추가로 3~4년이 소요된다. WTO 제소는 전 세계 164개 회원국에 관심을 갖게 하면서 일본에게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기는 하지만 3~4년 넘게 진행되는 시간 때문에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기에 현재 WTO 상소기구가 신임 위원 선출 문제로 이보다 시일이 더 소요될 수도 있다. 상소위원 선임은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결정되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이 의도적으로 상소위원 선임 절차를 방해하고 있는 상황으로 상소기구의 정상화 시점을 가늠하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가 WTO 제소 재개를 결정한 것은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 이유로 삼은 ▷한·일 정책대화 중단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 미흡 ▷수출관리 조직·인력 불충분 등 3가지 문제를 제거하기 위한 제도개선과 노력을 했음에도 일본이 수출규제에 대한 진전된 태도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경제보복 형식을 띠고 있어 대법원 판결과는 별도로 정부 차원에서 정치·외교적 해법을 제시하지 않고선 이 수출규제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한편,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지난해 7월 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의 대한국 수출허가 방식을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전환했다. 이어 같은 해 8월에는 한국을 자국 기업이 수출할 때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역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를 개정해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평행선을 그리던 양국 관계는 지난해 청와대의 11월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유예 발표 이후 WTO 제소 절차도 일시적으로 중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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