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 행인 하나 보이지 않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가 담겼다. 사진이 촬영된 시간은 금요일 늦은밤이다. 평소 이태원이라면 젊은이들로 불야성을 이뤘을 때다. 사진 아래 댓글창엔 자영업자들의 탄식이 줄줄이 이어졌다.
이태원 클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하지만 발생 초기와 마찬가지로 이태원은 여전히 유령도시를 방불케 하고 있다. 주점은 휴업 중인 곳이 다수고, 문을 연 곳도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주점뿐만이 아니다. 일반음식점과 카페, 편의점 등도 한산하긴 마찬가지였다. 평소 저녁시간이라면 손님이 들어찼을 음식점들도 1~2개 테이블만 차있는 경우가 수두룩했다. 평소 대기행렬이 늘어서는 유명 맛집 정도만 체면치레를 할 뿐이었다. 점주들은 “언제쯤 손님들이 다시 찾을지 기약 없다는 게 가장 막막한 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 보니 이태원 상권에선 줄폐업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이미 직원을 줄이고 홀로 버티고 있는 점주들이 상당수다. 그나마 임대료 인하 혜택이라도 받고 있는 이들은 사정이 낫지만, 누적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점주들은 폐업 기로에 섰다. 14년째 이태원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업주는 현재 3개월째 휴업 중으로, 폐업도 검토하고 있다고 커뮤니티에 글을 남겼다.
이에 노식래 서울시의원은 지난 10일 서울시의회 295회 정례회 1차 본회의에서 이태원에 대해 특별재난지역에 준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노 의원은 이날 자유발언에서 “언제까지 개점 휴업 상태일지 모르는 이태원의 자영업, 아무 죄도 없는 상인들이 속수무책으로 폐업위기를 맞고 있다”며 “특별재난지역에 준하는 행정, 재정, 금융 지원을 검토해주시기 바란다”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또 민간에 ‘착한 소비 운동’을 호소하기도 했다.
생계가 막막해진 이태원 상인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드는 건 지역 전체에 대한 혐오 정서가 만연하다는 점이다. 이태원 상인들은 ‘이태원’ 전체가 아닌 일부 ‘클럽’ 문제인데, 동네 슈퍼부터 분식점까지 싸잡아 혐오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고 토로한다. 최근 만난 이태원의 한 음식점 사장은 “가게에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 눈빛에 저절로 위축이 돼 홀에 나와 있기도 힘들다”며 “이태원이 어렵다는 기사엔 ‘자업자득’ ‘이참에 이태원 가게들 다 망했으면 좋겠다’ 이런 댓글이 달리니 더 참담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분명 사회적 거리두기에 소홀했던 클럽 등 일부 업소는 경제적 피해와 함께 사회적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태원에서 20년째 옷가게를, 10년 넘게 정육점을 운영해온 상인 모두가 생계를 위협받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먹고사는 일은 누구에게나 절실한 것인데 말이다. 적어도 이곳에서 묵묵히 생계를 꾸려온 상인들을 싸잡아 손가락질해선 안 될 것이다. 타인의 아픔과 고통을 한낱 조롱으로 폄훼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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