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하반기 브라운관은 ‘만화의 천국’이다. 기발한 상상력과 탄탄한 이야기 구조로 이미 팬덤을 구축한 원작 만화를 등에 엎은 드라마는 현재 총 5편으로, 일본 만화 두 편과 국내 인기 웹툰 세 편이 시청자와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원작만화의 인기는 양날의 검이다. 방송사 드라마국 관계자들은 “만화 원작의 가장 큰 장점은 이미 완성된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어 새로운 이야기로 발전시키기 용이하며, 스토리 고갈에도 빠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만화적 장면들을 드라마 문법에 맞게 재구성하고 재창조하는 것은 과제”라고 말한다.
신선한 소재와 화려한 캐스팅으로 무장하나, 장르물이건 판타지물이건 회차를 거듭할수록 스토리는 산으로 가거나 지지부진한 멜로에 빠지기 일쑤인 이른바 ‘용두사미’형 드라마가 난무하는 요즘, 원작의 촘촘한 구성은 드라마에 날개를 달아주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원작의 스토리와 캐릭터가 친숙한 만큼 대중의 시선은 보다 날카로워진다. 기존의 창작물을 재가공하는 2차 창작은 제작자들에게 큰 매력인 동시에 부담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만화 속 캐릭터와 배우 간의 ‘싱크로율’이 떨어질수록 원작만화의 팬들의 원성을 살 우려도 있다. 만화 원작의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반감을 사지 않을 첫 단계가 바로 캐스팅인 셈이다.
‘닥터 프로스트’의 이종범 작가는 “웹툰을 영상으로 옮길 때 구성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은 원작 캐릭터가 가진 매력과 장점을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배우의 캐스팅이다. 배우야말로 원작의 장점을 고스란히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고심해야할 부분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연출자들이 고통을 토로하는 부분 역시 캐릭터의 싱크로율이다. 원작 마니아의 경우 자신이 상상하는 캐릭터의 모습에서 벗어나면 거슬리게 바라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거꾸로 해당 배우의 팬층이 시청자로 유입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기 중인 5편의 드라마도 싱크로율을 놓고 보면 기대 반, 우려 반이다.
▶ ‘내일도 칸타빌레’ 주원-심은경= 원작 : 2001년 출간 일본 작가 니노미야 도모코 ‘노다메 칸타빌레’. 23권까지 출간된 단행본을 무려 2300만 부나 팔아치운 이 괴물만화는 괴짜 음대생들의 치열한 음악적 성장기를을 그리며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모았다. 2005년 후지TV에서 방영된 일본드라마에선 우에노 주리가 연기한 여자주인공의 캐스팅 단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는데, 우여곡절 끝에 배우 심은경이 타이틀롤로 이름을 올렸다. 심은경에겐 첫 드라마 주연작이다. ‘치아키 센빠이(선배)’를 하나의 고유명사로까지 만든 남자주인공 역에는 배우 주원이 캐스팅됐다. 주원은 세계적인 지휘자를 꿈꾸는 피아노과 차유진 역으로 어린시절 비행기 사고를 겪은 트라우마로 천부적인 실력에도 유럽 유학은 꿈도 못 꾸는 남자로 나온다.
일단 반응이 괜찮다. 소녀시대 윤아가 물망에 오르며 원작 마니아들의 집중포화를 맞은 것과 달리 네티즌들은 이미 ‘가상 캐스팅’에서 원작의 여주인공 노다메(한국판 설내일) 역으로 심은경을 0순위에 올렸다. 엉뚱하고 발랄한 4차원 천재 피아니스트를 연기하기에 적역이라는 반응이나, 13일 첫회분에서 보인 캐릭터의 만화적인 해석은 공감대 형성엔 약점으로 비친다.
이 드라마는 또한 두 배우의 ‘케미’가 숙제로 남았다. 원작에선 남녀 주인공의 멜로에는 비중을 두지 않으나, 워낙에 함께 붙는 장면이 많은 탓에 시청자들은 멜로 없이도 멜로의 설렘을 만나기를 희망한다.
▶ SBS ‘하이드지킬, 나’ 현빈=원작 : 이충호 작가 포털사이트 다음 웹툰 ’지킬박사는 하이드 씨’
2015년 1월 방영될 SBS 드라마 ‘하이드지킬, 나’는 배우 현빈의 제대 후 첫 드라마 복귀작이다.
전혀 다른 두 개의 인격을 가진 남자와 그 둘을 모두 사랑하는 한 여자의 삼각 멜로를 그릴 로맨틱코미디물로, 현빈은 이 드라마를 통해 주특기인 차갑고 까칠한, 한 마디로 전형적인 나쁜 남자 지킬과 순정파 착한 남자 하이드를 오가게 된다. 데뷔 이후 첫 1인2역의 도전으로, 극과 극을 오가는 캐릭터인 만큼연기력은 생명이다.
싱크로율은 꽤 높은 편이다. 원작에서 주인공의 외모가 날카로운 턱선과 날렵한 눈매가 돋보였던 것처럼 현빈에게서도 비슷한 모습을 찾기엔 그리 어렵지 않다. 소재는 이색적이나 ‘로코(로맨틱코미디)킹’이라 불리는 현빈의 정반대 멜로 연기가 흥미를 모으기에도 충분한 상황이다. 다만 문제의 두 남자를 사랑하는 여주인공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 ‘미생’ 임시완 이성민 강소라= 원작 : 윤태호 작가 다음 웹툰 ‘미생’
‘샐러리맨의 교과서’로 불릴 만큼 높은 인기를 모은 원작 탓에 캐스팅 단계부터 관심이 끊이지 않았던 ‘미생’도 첫 단추를 무난히 채웠다.
세 사람을 주목할 만하다. 주인공 장그래는 아이돌그룹 제국의 아이들의 멤버이자 영화 ‘변호인’으로 대세 연기돌로 주목받은 임시완이 맡았고, 배우 이성민 강소라가 각각 워커홀릭 오상식 과장과 엘리트 여직원 안영이를 연기한다.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김원석 PD는 “윤태호 작가와 상의해 원작자가 애초에 의도한 느낌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캐스팅을 완성했다”는 김 PD는 그 중 “이성민의 경우 원작과 외모가 비슷한 사람은 아니지만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오상식 과장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카드일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원작을 능가할 무기”는 바로 “싱크로율”이라는 자신감이 동반한다.
세 배우는 방송에 앞서 “외모는 제작진이 어떻게든 해결해 줄 거라 믿는다, 원작 이야기를 하면 뜨끔할 때가 많다. 원작의 오상식처럼 눈을 어떻게 빨갛게 표현하겠나. 그보다 중요한 건 회사 안에서의 신념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이성민), 자신의 “어리바리한 모습을 끌어냈다”(임시완), “감정표현이 적은 캐릭터 표현을 위해 동공연기에 집중했다”(강소라)고 말했다. 첫 방송은 17일이다.
▶ ‘라이어게임’ 이상윤 신성록 김소은=원작:일본 작가 가이타키 시노부의 ‘라이어게임’.
일본 후지TV에서 방송된 드라마를 한국판으로 만든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라이어 게임’(극본 류용재·연출 김홍선)은 다소 난감하다.
총 상금 100억원을 놓고 벌이는 리얼리티 심리 서바이벌 게임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는 돈 앞에 놓인 인간의 다양한 군상을 담아냈는데, 원작과의 싱크로율은 의문부호가 찍힌다.
일단 원작에서 최고의 두뇌로 사람들을 속아넘기는 전직 서울대 응용심리학 최연소 교수심리학과 교수 출신의 천재 사기꾼 하우진 역은 배우 이상윤이 맡았고, 순진한 빚쟁이 여대생은 김소은이, 예리한 분석력을 갖춘 리얼리티 쇼 ‘라이어 게임’의 기획자이자 MC 강도영 역은 신성록이 맡았다.
남자주인공 차우진의 경우 원작에선 선악을 오가는 이중적인 모습을 갖춘 예리하고 날카로운 이미지이나, 출연배우의 이미지는 모난 데가 없는 훈남형이라는 게 문제다. 이상윤은 그간 선하고 착실한 모습으로 시청자와 만나왔는데, 이 드라마에선 일대 변신을 하게 되는 셈이다. 원작과의 싱크로율이라면 이상윤이 학력(서울대)쁜이다. 첫 방송은 20일이다.
▶ 5위 ‘닥터 프로스트’ 송창의 정은채=원작:네이버 웹툰 이종범 작가 ‘닥터 프로스트’.
독특한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던 이 웹툰의 캐스팅은 하나의 걸림돌로까지 비친다. 다음달 첫 방송될 케이블 채널 OCN 일요드라마 ‘닥터 프로스트’의 남자 주인공은 조각처럼 완벽한 외모에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까지 탁월한 천재 심리학자다. 일상에 난무하는 갖가지 범죄를 심리를 통해 추리하고, 현대인들이 앓는 마음의 병을 치료해주기도 한다. 비록 본인은 타인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전무한 사람이지만 말이다.
문제는 캐스팅이다. 배우 송창의가 프로스트 역에 이름을 올렸으나 외모 싱크로율은 지나치게 떨어진다. 물론 송창의는 탄탄한 실력을 갖춘 연기파 배우이지만, 원작 캐릭터는 워낙에 미소년 이미지가 컸던 탓에 외모에서 오는 괴리가 상당하다. 드라마의 얼굴인 남자주인공의 캐스팅으로 인해 원작 캐릭터 고유의 매력이 반감됐기에 ‘닥터 프로스트’는 이를 뛰어넘을 다른 장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종범 작가는 하지만 “원작을 드라마로 똑같이 옮겨가는 경우 캐릭터의 싱크로율이 영향을 미치지만, ‘닥터 프로스트’는 설정과 캐릭터만 가져와 재창조한 드라마이기에 새로운 매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여주인공인 밝고 쾌활한 조교 윤성아 역엔 정은채가 캐스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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