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KT와도 손잡아…웨이브 ‘지상파’ 차별화 경쟁력↓
‘티빙’ 출범 코앞…CJ ENM 웨이브와 선 긋기
‘우군’ 확보 어려워진 웨이브, 해외 콘텐츠 제휴 관건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집토끼(지상파), 산토끼(CJ ENM 등) 다 놓칠 판?”
SK텔레콤과 지상파의 연합 콘텐츠 플랫폼(OTT)인 ‘웨이브(Wavve)’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있다. 집토끼(지상파)와 동맹은 약해지고, 산토끼(CJ ENM 등)와 협력도 녹록지 않다.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넷플릭스의 독주와 함께 CJ ENM·JTBC의 합병 법인 ‘티빙(tving)’ 출범을 앞두고 웨이브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SKT 웨이브의 동맹군 ‘지상파’…KT ‘시즌’'과도 손잡아
MBC는 최근 인기 예능프로그램 ‘나혼자산다’의 미공개 ‘여은파(여자들의 은밀한 파티)’ 콘텐츠를 웨이브가 아닌 KT의 OTT ‘시즌(Seezn)’에 독점 공개했다.
이 콘텐츠는 시즌 내 인기 콘텐츠 순위 1위까지 오르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콘텐츠를 보기 위해 시즌 애플리케이션을 신규로 설치하는 이용자들이 늘어나는 등 신규 고객 유치에도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웨이브가 아닌 시즌에 지상파가 독점 영상을 우선 공개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웨이브는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연합해 출범시킨 OTT다. 다양한 지상파 콘텐츠를 차별화된 경쟁요소로 꼽으면서 출범 1년 만에 유료 가입자 200만명을 확보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상파들이 플랫폼 다각화 차원에서 웨이브가 아닌 타 플랫폼에도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우선 제공하면서, 웨이브만의 지상파 콘텐츠 경쟁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웨이브는 지상파 콘텐츠를 보기 위해 이용하는 고객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지상파가 웨이브를 고집하지 않고 다른 플랫폼에도 콘텐츠 제공을 확대하는 추세”라며 “이용자 입장에서는 다른 플랫폼에서도 지상파를 얼마든지 볼 수 있어, 웨이브를 꼭 봐야 하는 이유가 많이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티빙’ 출범 코앞… ‘우군’ 확보 난관
신규 콘텐츠사업자와 협력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웨이브는 CJ ENM과 JTBC 콘텐츠가 없다. 기존 지상파의 경쟁력은 약해지고, 신규 콘텐츠 확보는 쉽지 않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CJ ENM과 JTBC는 다음달 초 통합 OTT ‘티빙’을 선보인다. 콘텐츠 경쟁력이 막강한 두 곳이 만나 출범시킨 OTT인 만큼 웨이브에는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웨이브도 다급해졌다. 최근 유영상 SK텔레콤 부사장이 “웨이브와 티빙이 합병하면 ‘넷플릭스’를 이길 수 있다”고 발언한 것도 이 같은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CJ ENM 측은 “공식적인 (합병) 제안 없이 티빙 출범 전 이런 얘기가 나와 당혹스럽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선을 긋고 있는 상태다.
웨이브의 ‘우군’ 확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즈니 등 해외 콘텐츠사업자와 협업 여부가 웨이브의 경쟁력 확보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SK브로드밴드 등과 비슷한 서비스들이 겹쳐 그룹 내 교통정리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