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고령층 새 소비층 부상…주택 · 車 · IT 주력상품 재편중
“실버 달러를 잡아라” 전지구적인 고령화 물결에 ‘실버 이코노미(은퇴자 경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60세 이상 인구는 2050년 20억명 이상으로 현재의 두배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또 2050년 65세이상 인구 수는 5세 이하 어린이 인구를 인류 역사상 최초로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이같은 전망이 정부와 기업에 엄청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며 “새롭고 강력한 소비계층을 창출하는 인구학적 변화”라고 분석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노년층이 된 베이비부머의 구매력은 2020년에 15조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돈 쓸 줄 아는 어르신=은퇴 후 삶은 예상보다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은퇴 후 해외여행 떠나는 미국인은 1993년 9.7%에서 2012년 13%로 늘었다. 또 해외 주소로 사회보장 연금을 받는 사람들도 36만명으로 10년 전보다 10% 증가했다.
은퇴 이전 사람들은 은퇴후 삶에 대해 “편안한 소파에서 보내거나, 골프나 치고 아이스티나 먹는 삶”을 상상했지만, 막상 은퇴를 하면 보다 활동적인 ‘이동형’ 라이프스타일 선호하게 된다고 NYT는 전했다.
실제로 이들은 역대 어떤 고령층보다 더 건강하고 부유하다. 때문에 부모 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돈과 시간을 쓴다. 미 은퇴자연합의 조디 홀츠맨은 “많은 사람에게 오래 산다는 것은 중년이 길어진다는 의미이지 노쇠함으로 내려앉는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전(前) 막스앤스펜서 임원이자 전영(英) 인구학적 이용자 그룹의 스테픈 본드 공동 이사는 “나이든 성인들은 더이상 전통적인 ‘어르신’ 옷을 입지 않는다”며 “최신 유행하는 옷을 입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옥스포드 고령화 기관의 사라 하퍼는 “피라미드 모양의 인구분포는 마천루로 변했다”며 “세계 인구의 거대 다수는 비정상적으로 고령인 70세가 될 것”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같은 변화가 우리가 결코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21세기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FT는 “선진국과 한국과 같은 많은 신흥국에서 출산율이 하락하면서 젊은 노동자와 소비자 부족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수명연장은 연금과 건강보험 정책을 뒤집어놨다. FT는 “정부가 연금수령 연령을 높이고 저축과 투자에 대한 책임감을 개인에게 전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화의 두얼굴=고령화에는 동전의 양면성이 있다. 젊은 근로자와 소비자가 줄어든다는 우려와 함께 산업계 전반에 새로운 틈새시장을 겨냥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FT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건강하고 더 부유한 고령층의 급증은 새로운 소비층의 부상을 의미한다”며 “이들의 구매력은 18~39세에 집중되는 주요 소비 타겟층보다 압도적으로 크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50세 이상 인구는 전체 소비지출의 60%를 차지한다. 영국 역시 이들 세대의 구매력은 전체의 50%에 이른다.
고령화로 인해 산업계는 조정을 맞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글로벌 전략가 사지브 산얄은 “고가 소비재 시장, 즉 차, 시계, 스포츠 기구는 나이든 장년층이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동산 개발업체와 자동차 제조사, IT기업, 재무서비스 기업, 제약회사 등은 고령층에 맞춰 주력제품을 다시 짜고 있다.
단적인 예로 올해 미국 신차 판매는 고령층이 이끌었다. 미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IHS오토모티브’에 따르면, 65세 이상 미국인이 구입한 신차는 올들어 전체 판매량의 20%를 차지했다. 이는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전인 2004년 11%에서 9%포인트 뛰어오른 것이다. 반면 18~34세 연령층의 신차구입 비중은 같은 기간 17%에서 11%로 하락했다.
이같은 변화는 자동차 제조사가 고령자들이 타기 편한 차로 차량을 디자인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IHS 분석가 시븐 해텔트는 “제조사들이 집중력과 반사신경이 둔화한 고령 운전자에 도움을 주는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크디자인 네트워크인 ‘에이징2.0’ 창립자 스테판 존스톤은 “가장 큰 트렌드 변화는 그동안 ‘크고, 베이지의 지루함(Big, Beige, and Boring)’로 요약되는 전통적인 디자인 포맷이 늙지 않는 영속성으로 가고 있는 것”라고 강조했다.
천예선 기자/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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