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불법 무차입 공매도시도 8월에만 1만건 넘어”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금융당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공매도 논란이 재점화됐다. 금융감독원이 시가총액 일정액 이상의 종목에 한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이른바 ‘홍콩식 공매도’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금융투자업계의 화두로 다시 떠올랐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홍콩 사례 분석을 통해 공매도 가능 종목 지정제도를 국내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시세 장악이 쉽고,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소형주에 대한 공매도는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와 시장에서 먼저 판 다음, 약속한 기간이 지나고 주식을 사서 갚는 거래다. 빌린 시점보다 갚는 시점의 주가가 낮으면 수익이 나는 구조로,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기법이다.
이번에 당국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확인한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는 시가총액이 작은 회사 등 공매도에 따른 주가 변동성이 크거나 가격조작이 상대적으로 쉬운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1994년 17개 시범종목을 지정했고, 2001년 홍콩거래소 규정에 세부요건을 마련한 다음부터는 지정 종목을 실시간으로 공시하고 있다.
시가총액이 30억 홍콩달러(약 4400억원) 이상이면서 12개월간 회전율(거래대금/시가총액)이 60% 이상인 종목이 대상이다. 지난달 28일 기준 공매도 지정 종목은 875개로 현재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2557개 종목 가운데 3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종목 수는 절반을 밑돌지만,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90%를 넘는 수준이다.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는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은 공매도를 막아 외국인이나 기관이 개인 투자자를 기만하는 행위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이다.
윤 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홍콩식 공매도 제도를 검토해볼 만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내부 검토 결과 긍정적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열린 금융위 국감에서도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공매도제도와 관련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될 수 있으면 빨리 (개편안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자본시장 변동성 확대로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가 금지된 지 7개월 째지만 여전히 공매도에 대한 ‘동학 개미’의 원성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부 시장조성자제도 등을 제외하고 공매도가 금지된 상황에서도 일부 종목을 중심으로 무차입 공매도가 벌어지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외국인 투자제한시스템 로그 기록을 분석한 결과, 잔액 부족으로 인한 거부 건수가 공매도 금지 기간인 올해 8월 한 달 동안에만 1만402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잔액부족으로 인한 거부 건수는 2만1092건이다.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 파는 무차입 공매도가 공매도 금지기간동안 발생한 것으로, 현행법상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학계 등에서는 공매도가 악재를 반영하는 가격 발견 등 다양한 순기능이 있고, 종목제한 시 주요 글로벌 지수의 비중 축소 등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 도입을 놓고 당국의 고심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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