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화학상 수상으로 관심 고조
DNA 절단 통해 유전자 교정
3세대 ‘크리스퍼 캐스9’까지 발전
국내기업 툴젠 특허보유·연구 활발
혈우병·황반변성 등 일부 성과
얼마 전 발표된 올 해 노벨화학상에 ‘유전자가위’ 기술을 연구한 과학자 2명이 선정되면서 유전자가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유전자 가위는 노벨상을 수상하기 전부터 ‘네이처(Nature)’가 미래를 움직일 신기술로 선정할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유전자가위를 이용하면 그동안 치료가 어려웠던 유전질환이나 암, 난치질환 정복에 한 걸음 다가설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국내에서도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고 특허까지 보유하고 있어 한국도 유전자가위 분야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정 유전자 부위 잘라내는 기술…3세대 ‘크리스퍼 캐스9’까지 나와=흔히 DNA로 잘 알려진 유전자는 우리 몸의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이 정보를 통해 우리는 유전질환이나 암, 희귀질환과 같은 질병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 만약 유전자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이를 ‘유전자 교정(Genome Editing)’이라는 기술을 통해 바꿔줄 수 있는데 이 때 사용하는 것이 ‘유전자가위’다.
유전자가위는 원하는 유전정보를 정확히 자를 수 있도록 설계되어 만들어진 분자 도구다. 유전자가위를 이용하여 원하는 DNA를 자르면 세포는 이를 복구하기 위한 작용을 시작하는데 이를 이용해 특정 유전 정보를 제거할 수도 있고, 외부 유전자를 정해진 위치에 삽입하거나 염기서열을 원하는 대로 교정할 수 있다. 말 그대로 특정 유전자를 잘라내는 가위와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2000년대 중반 1세대 기술인 ‘징크핑거뉴클레이즈(ZFN)’가 개발된 뒤 2010년 2세대 ‘탈렌(TALEN)’을 거쳐 2012년 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인 ‘크리스퍼 캐스9(CRISPR/CAS9’이 개발됐다.
1세대 ZFN은 가장 먼저 개발된 기술이지만 2, 3세대에 비해 효율 및 정확도가 떨어지고 대량생산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2세대 TALEN은 1세대보다 획기적으로 향상된 효율과 정확도를 가졌지만 곧바로 나온 3세대 기술인 크리스퍼 캐스9이 보다 정확도도 높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며 활용범위가 높아 현재 유전자 교정에는 크리스퍼 캐스9이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번 노벨 화학상도 바로 이 3세대 유전자가위를 발견한 과학자들이 선정됐다.
김석중 툴젠 치료제사업본부장 상무는 “크리스퍼 캐스9 유전자가위의 발명은 유전자교정 기술의 ‘민주화’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과학계에 널리 활용되는 계기를 만들었다”며 “이번 노벨 화학상 수상을 계기로 관련 산업의 투자 활성화 및 치료제 개발 산업도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툴젠, 1~3세대 기술 모두 보유…혈우병·망막병증 등에 우선 적용=유전자가위의 활용도는 높지만 유전자를 교정(편집)하는 기술인 만큼 우선 유전질환에 적용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실제 이번 노벨상 수상을 발표하며 노벨위원회는 “이 기술로 연구자들은 동·식물·미생물의 DNA를 매우 정교하게 변형할 수 있게 됐다”며 “이 기술은 새로운 암 치료법 개발과 유전병 치료의 꿈을 현실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 유전자 가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툴젠은 우선 유전자가위를 신체 내로 전달하기 쉬운 눈, 간, 신경계를 통해 치료할 수 있는 질환 발굴에 나섰다. A형 혈우병, 황반변성/당뇨성 망막병증, 샤르코-마리-투스(CMD, 말초신경병증으로 인한 보형장애) 등의 유전병이 첫 목표 질환이다. 아직 전임상 단계에 있지만 동물실험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툴젠은 지난 1999년 당시 김진수 서울대 교수(현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가 창업한 바이오기업으로 그 동안 유전자가위 개발이라는 한 우물만 파 왔다. 툴젠은 유전자 가위의 1세대부터 3세대 기술 모두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특허청이 툴젠의 크리스퍼 캐스9의 원천기술 특허 등록을 8년 만에 허가했다. 김진수 교수는 지난 2012년 크리스퍼 캐스9의 기술을 개발한 뒤 미국에 특허 출원을 했다. 하지만 당시 김 교수와 함께 특허 출원 신청을 한 브로드연구소가 신속심사제도를 통해 특허권을 선점하며 툴젠의 특허 등록은 8년 동안 미뤄졌다.
다만 툴젠의 유전자 가위 특허는 기술 탈취 논란에 있다. 2018년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툴젠 설립자인 김 교수가 당시 정부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아 개발한 크리스퍼 캐스9 기술을 툴젠으로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툴젠과 김 교수는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현재 검찰이 김 전 교수와 툴젠 임원을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유전체치료제 시장, 연평균 40% 성장…2025년 14조원 육박=한편 이런 논란과 상관없이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질환 및 암 치료는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시장조사업체 ‘BIS research’의 ‘글로벌 유전자치료제 시장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유전자치료제 시장은 2018년 10.7억달러(약 1.2조원)에서 연평균 41.2%씩 성장해 2025년이 되면 120억달러(약 13.9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유전자가위는 네이처가 발표한 ‘2019년에 주목할 바이오분야 7개 기술’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하며 향후 성장 가능성을 보장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질환에 비해 유전질환과 암 등은 아직 치료제 개발이 더디고 쉽게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분야인 것이 사실”이라며 “생명공학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하면 그동안 다가가지 못했던 질환에 대한 정복 가능성도 충분히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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