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중 역전…주식<채권
차익 실현 후 안전선호
연기금 채권 절반 육박
개인 주식 확대와 대조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그동안 자산분배전략에 있어서 주식과 채권의 홤금 비율은 6 대 4였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 교과서적 모델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고, 특히 올해는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로 기관 투자자들이 자금을 빠르게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이동시키면서 처음으로 채권 비중이 주식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금년 들어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거래를 처음 시작하거나 투자 규모를 확대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로이터가 지난달 15일부터 29일까지 미국, 유럽, 일본의 35개 자산운용사와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평균 주식 투자 비중은 42.7%를 기록, 전월(43.1%)보다 0.4%포인트 감소했다. 연초만 해도 49.7%에 달하던 주식 비중은 아홉달 만에 7%포인트나 빠지면서 로이터가 이 조사를 시작한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대로 지난달 이들 기관의 채권 투자 비중은 44.7%로 8월(44.3%)보다 0.4%포인트 증가했다. 1월만 해도 40.3% 수준에 머물렀던 채권 비중은 6월에 44.2%로 껑충 뛰면서 주식 비중을 상회했고 9월엔 조사를 시작한 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 연기금들이 운용하는 100대 기업연금의 채권 비중 역시 지난해 49.1%까지 올라왔다. 2년 전인 2017년(45.1%)보다 2%포인트 증가한 수치고, 2010년(35.5%)과 비교하면 14% 가량 증가한 것이다.
글로벌 펀드자금도 주식은 유출이 지속되고 있는 반면 채권은 유입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주식펀드는 올해 10월 현재 2374억달러 순유출됐다. 이미 작년 순유출(1464억달러) 규모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선진국 주식펀드에서 거의 대부분인 1984억달러가 빠져 나갔고, 신흥국에선 389억달러가 유출됐다.
채권펀드 자금은 28주 연속 유입되고 있다. 10월 현재 글로벌 채권펀드로 2577억달러가 유입됐다. 선진국 채권펀드로 2577억달러가 들어갔고, 신흥국에선 77억달러 유출됐다.
국내를 봐도 채권 시장이 주식보다 몸집이 커진 상태다. 국채, 회사채 등 국내에서 발행된 채권의 잔액은 23일 현재 2240조원이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코넥스)의 시가총액은 1939조원으로 채권 시장의 86% 수준이다.
한편, 로이터 조사에 따르면 전체 자산 중 주식·채권 비중은 지난 2월만 해도 90.5%에 달했는데 9월 현재 87.4%까지 떨어졌다. 저금리 속 코로나19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극심해짐에 따라 기관들이 현금비중을 대폭 확대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런던에 있는 쿼럼 투자의 피터 로먼 CIO는 “올해 우리는 코로나19 2차 확산이란 불확실성과 엄청난 랠리를 보인 주식 시장이 끔찍한 조정으로 취약해질 수 있단 가능성에 맞서 싸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주식과 채권의 6 대 4 비율은 투자자들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녹아있고, 계량적 관점에서도 위험조정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단 면에서 효과적인 전략이었다”며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이 모델에도 변화가 생겼는데, 경기회복을 위해 통화량 확장을 선택한 중앙은행의 판단은 시장금리의 레벨다운으로 이어졌고, 이는 투자자들의 채권 비중을 높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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