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 후 매물급감·가격↑
서울 전세매물 3개월 전보다 절반 줄어…
전국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도 2배 차이
1·2인가구 증가…원인 잘못 짚으니 처방도 애매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장기간 지속한 저금리 기조로 많은 임차 가구가 월세보다 부담이 적은 전세를 찾게 되고, 주거 상향 수요도 증가하면서 전세가격이 상승했다. 가구분화로 인한 1·2인 가구의 임차수요도 단기간 급상승했다.”(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전셋값은 금리가 하락하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쭉 올랐고, 가을 이사철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1·2인 가구도 많이 늘었다.” (윤성원 국토교통부 1차관)
정부가 새 임대차법은 전세난의 주요 원인이 아니라고 거듭 언급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임대차법 도입 후 달라진 시장 상황만 보더라도 쉽게 나올 수 없는 주장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런 원인 분석이 잘못된 처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21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전세매물은 3개월 전보다 서울 49.7%, 인천 39.1%, 경기가 30.1% 감소했다. 이런 현상이 수도권 만의 일은 아니다. 세종(-50.0%), 대구(-42.4%), 대전(-41.4%), 부산(-35.3%) 등에서도 매물 감소가 뚜렷했다.
전세 물건 품귀에 따라 전셋값도 치솟았다. 7월말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16주 동안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2.85%로 직전 16주(1.40%)보다 높았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임대차법 시행 이후 이 기간 2.83% 상승해 직전(1.70%)보다 훨씬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올 들어 서울에선 저금리 장기화와 집주인의 반전세·월세 선호, 실거주 의무 강화, 청약대기·학군·이주 수요 등으로 전세매물이 귀해진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새 임대차법이 전세난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시장 곳곳에서 나온다.
기존에 계약한 집에 2년 더 눌러앉는 세입자가 늘면서 시장에 나올 매물이 줄었고, 간간이 나오는 매물의 가격은 더 치솟게 된 것이다. 같은 세입자 사이에서도 계약 갱신이 가능한 경우와 아닌 경우가 체감하는 바가 달라졌다. 서울에서 밀려난 전세 난민들은 수도권 곳곳으로 향했고, 이는 전세난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전세수급지수는 올해 1∼4월 150선에서 5월 160을 넘겼고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8월에는 180.5로 대폭 오른 뒤 9월 187.0, 10월 191.1로 꾸준히 상승하며 ‘최악의 상황’으로 볼 수 있는 200이 코앞이다.
전세난에 시달리느니 ‘아예 집을 사버리자’는 수요도 생기면서 집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 주간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값은 지난달부터 매주 상승폭을 확대했다.
이런 상황 속에도 정부는 새 임대차법의 여파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전세가격 상승 요인으로는 장기간 지속한 저금리 기조를 꼽았다. 최근엔 주거상향 수요 확대나 가구 분화에 따른 1·2인가구의 증가 때문이라는 설명도 내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저금리나 가구 분화는 갑자기 생긴 문제가 아니다”라며 “충분한 고려없이 임대차법을 도입한 것에 대한 정책 실패를 인정하기 못하기 때문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인을 잘못 짚으면 처방도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정부는 지난 19일 전세난 해소를 위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2022년까지 공공임대 11만4000가구를 확충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공실인 공공임대 활용과 매입약정을 통한 다세대·오피스텔 확보, 공공전세 도입, 빈 상가·오피스·호텔 리모델링 등이 추진된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숙박시설의 주거용 전환 등은 1·2인가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현 전세난이 1·2인가구 중심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3·4인가구가 충분히 살 수 있는 아파트 물량이 부족하다는 게 전세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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