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사 만성 적자에도 ‘수수료 0원’
디지털엑스 1년 무료화에 코인원 맞불
업비트·빗썸도 일부 무료화로 참전
수익 없는 거래량이라도 확보 절실
법인 가상자산 투자 등 제도적 활로 필요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중소거래소들은 지금과 같은 구조라면 4년이냐 5년을 버티고 망하느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업계 관계자)”
과거에도 반복됐던 디지털자산거래소 간 수수료 경쟁이 이번에는 중소 거래소의 생존을 건 승부로 번지면서 이전과는 다른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금 승부수를 던지지 않으면 적자만 누적되다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새 주주의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동안 일단 거래량과 고객 기반을 최대한 확보한 뒤 향후 규제 완화와 신규 사업 허용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6일 디지털자산업계에 따르면, 중소거래소를 중심으로 거래 수수료 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에 편입된 디지털엑스(옛 코빗)는 지난달 24일부터 1년간 원화마켓 전 종목의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코인원도 불과 이틀 뒤인 지난달 26일부터 전 종목 거래 수수료율을 0%로 낮추며 맞불을 놨다. 횟수나 자격 제한 없이 바우처 재발급이 가능해 별도 공지 전까지 사실상 무료 거래를 이어갈 수 있다.
업계 1·2위인 업비트와 빗썸도 일부 거래에 한해 무료 정책을 펴고 있다. 업비트는 원화마켓에 상장된 일부 스테이블코인을 대상으로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진행했고, 빗썸은 원화마켓 전 종목의 오픈 API 거래 수수료를 면제했다. 전면 무료화를 내건 후발 거래소와 적용 범위에는 차이가 있지만, 고객과 거래량을 확보하기 위한 수수료 경쟁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대형 금융회사라는 투자자가 등장했지만 규제로 당장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소거래소들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수수료 무료화뿐이다. 가상자산 시장의 거래량이 줄고 업계의 잇단 사고로 시장 신뢰까지 흔들리면서 거래소 전반의 실적이 악화했지만, 충격은 고객 기반과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 거래소에 더 크게 돌아간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는 이익이 감소하는 수준에서 견디겠지만 수년째 적자를 이어온 중소 거래소는 거래대금 감소가 곧 존립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빗썸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나란히 80% 안팎 감소했다. 거래량이 훨씬 적은 코인원과 디지털엑스 등은 수년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중소 거래소는 영업수익 대부분을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코인원의 전체 영업수익에서 수수료 수익이 차지한 비중은 100%였고 디지털엑스도 99.99%에 달했다. 올 상반기 기준 두나무 역시 전체 영업수익의 96.9%가 수수료였으며 빗썸도 사실상 전부를 수수료에서 벌어들였다.
중소 거래소로서는 ‘수익 없는 거래량’이라도 먼저 확보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는 답보 상태이고 금융회사와 가상자산사업자 간 업무 연계도 규제 불확실성에 가로막혀 있다. 반면 자금세탁방지와 고객확인, 정보보호, 이상거래 감시 등 규제 준수에 들어가는 비용은 거래소 규모와 관계없이 부담해야 한다. 중소 거래소도 대형사와 유사한 수준의 규제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수익성 악화가 이어질 경우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고 보안·이상거래 감시 투자마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중소 거래소가 수수료 외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나 테스트베드 참여 기회를 중소 거래소에 우선 부여해 금융회사와 새로운 서비스를 시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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