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올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시작된 이후로 전 세계 투어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변했다. 3월13일 금요일에 미국 플로리다 TPC쏘그래스에서 ‘제5의 메이저’라 불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간판 대회인 더플레이어스챔피언십 첫날 경기를 마치고 중단된 것을 시작으로 각국의 투어 시계가 일제히 멈췄다. 마침 토요일이 파이널이었던 남아공의 레이디스 유러피언투어(LET) SA여자오픈이 마지막으로 치른 대회다. 4, 5월에 코로나19 펜데믹이 급속 전파하면서 두려움이 컸고 그래서 다들 이동을 줄였다. 149년의 디오픈을 비롯해 봄, 여름에 열릴 대회들도 이때 상당수가 취소됐다. 곧이어 남녀 세계 랭킹 시스템도 투어가 재개될 때까지 동결한다고 발표됐다. 가장 먼저 재개된 정규 골프 투어 대회는 한국 여자 투어였다. 4월부터 한국에서 확진자는 두 자리수로 줄더니 4월19일 한자리수로 떨어지면서 세계 각국의 증가세와는 달리 한국은 투어 재개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5월14일부터 나흘간 레이크우드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KLPGA챔피언십이 갤러리없이 철저한 방역조치를 지켜가면서 국내 개막 대회를 무사히 치렀다. 그 뒤로 이달 중순 최종전인 ADT캡스챔피언십까지 KLPGA는 18개 대회를 개최했다. 취소된 대회가 17개였으나 5개 대회가 신설됐다. 한국 여자골프에 이어 6월11일에 PGA투어가 미국 텍사스 포트워스에서 찰스슈왑챌린지를 열면서 시즌을 재개했다. 그 후로 미뤄진 대회들이 한두 개씩 열리더니 8월말까지 결국 37개를 개최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취소된 대회는 모두 23개였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는 6월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간 어스몬다민컵을 통해 재개를 시작했으나 중간에 취소된 대회를 포함해 무려 23개의 대회가 취소됐다. 이에 따라 올 시즌은 이번주 끝나는 투어챔피언십리코컵까지 고작 14개 대회만 개최하게 됐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는 7월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부산 아라미르컨트리클럽에서 우성건설아라미르CC부산경남오픈을 개막전으로 시작해 지난달초 최종전인 플레이어스챔피언십까지 11개 대회를 개최했다. 5개 대회가 취소됐으나 4개 대회가 신설되었다. 구자철 신임 KPGA회장이 인맥을 동원하고 사재 출연을 하는 등 노력이 빛을 발했다. 유러피언투어는 7월9일 상금액을 50만 유로로 절반 가까이 줄인 오스트리안오픈으로 재개했다. 여러 나라가 모인 이 투어는 국경 폐쇄로 인해 큰 타격이 예상됐지만 유연한 정책을 적용해 총 38개의 대회를 개최했다. 취소된 대회는 23개나 됐지만 다양한 적시 응급조치를 통해 대회 수를 늘렸다. 예컨대 한 나라에서 대회가 개최되면 연달아 2개 대회를 개최하거나 동일한 리조트 공간에서 2주 연속 대회를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상금을 절반으로 쪼개거나 한 대회에 1,2부 투어 포인트를 모두 부여하기도 했다. 지난 10여년간 아시아에서 대회를 신설하며 글로벌투어로 성장하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도 큰 타격을 입었다. 한국, 일본, 태국, 중국, 대만에서 열리던 아시안스윙이 모조리 취소됐다. 투어 재개는 7월31일부터 임시 대회인 LPGA드라이브온챔피언십으로 열었다. 주요 메이저들이 가을 이후로 미뤘지만 올 시즌 17개 대회가 취소되면서 총 개최 대회는 18개에 불과하다. 가장 늦게 개막전을 한 건 일본남자프로골프(JGTO)투어다. 9월3일부터 나흘간 야마자키현에서 후지산케이클래식을 시작한 뒤에 5개를 열였다. 12월초 최종전 골프일본시리즈JT컵을 개최하면 6개에 불과하다. 그 사이 19개 대회가 취소나 중단됐다. 다가올 내년 시즌에 대한 대책도 투어마다 갈린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일본 남녀투어는 올해와 내년을 하나의 시즌으로 묶어서 치른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올해 시드를 가진 선수들은 내년까지 투어에 나갈 수 있다. 내년으로 미뤄진 도쿄 올림픽도 미정인 상황이지만 일본은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해 내년 투어 역시 순탄치 않아 보인다. 고바야시 히로미 JLPGA투어 회장은 최종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년에는 갤러리를 조금이라도 받는 방식을 고려하겠다”면서도 “대회 수는 십여개 내외에서 추리고 있다”고만 말했다. PGA투어는 2020~21시즌을 ‘슈퍼시즌’으로 포장하고 있다. 조만간 백신이 보급되면서 코로나19 사태의 진정이 전제되어야겠지만 내년 8월말까지 메이저 6개에 50개 대회가 열리는 일정을 잡았다. 올해 가을로 미뤄진 메이저들이 모두 내년까지의 일정에 포함되어 있다. 한 시즌에 US오픈, 마스터스는 두 번씩 열리는 계산이 된다. 유럽은 물론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까지 포괄하는 유러피언투어의 사정은 나라별로 갈린다. 코로나19 방역에 뛰어난 성과를 내는 호주, 뉴질랜드는 대회를 취소한 반면, 28일 확진자 80만명을 넘긴 남아프리카공화국, 20만명에 육박하는 아랍에미리트는 오히려 대회를 늘렸다. 지난주말 PGA투어와 유러피언투어는 공동으로 글로벌 미디어 권리를 포함한 전략적인 사업의 기회를 함께 추진하면서 양 투어의 협력이 가능한 모든 분야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여름 대회의 경우 PGA투어와 유러피언투어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호주의 남녀 프로골프협회는 내년 2월 호주에서 열릴 예정이던 LPGA투어-유러피언투어 공동 주관의 ISPS한다 빅오픈을 취소했다. 그에 앞서 호주프로골프협회(APGA)는 매년 12월 브리스베인에서 열리던 유러피언투어 공동 주관의 호주PGA챔피언십, 호주 남녀오픈도 취소했다. 또한 빅토리아오픈도 취소되면서 호주에서의 국제 골프 대회는 모두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이에 따라 내년 2월 예정된 제 102회 뉴질랜드오픈도 다음해인 2022년 2월로 일정이 미뤄졌다. 뉴질랜드 퀸즈타운에서 100년 이상 지속된 전통의 대회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중단된 것이다. 대신 뉴질랜드는 확진자 1683명에 사망자 25명에 불과한 코로나19 청정지역이다. 반면 남아공은 지난 19일 2년만에 조버그오픈을 부활시킨 것을 시작으로 알프레드던힐챔피언십을 거쳐 이번주 남아공오픈까지 3주 연속 대회를 연다. 던힐챔피언십에 이어 12월3일부터 열리는 남아공오픈은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에 이어 한 시즌에 두 번 개최되는 것이다.
UAE도 두바이 주메이라골프이스테이트에서 열리는 시즌 총상금 800만 달러의 최종전 DP월드투어챔피언십의 흥행을 위해 부랴부랴 같은 코스에서 총상금 120만 달러의 신설대회인 두바이챔피언십 DP월드를 2일부터 나흘간 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유러피언투어에 속한 두 나라에서 같은 주에 대회가 열리는 웃지못할 상황이 발생했다. 전염병 방역에 성공하는 나라는 추가 확산을 막느라 외국인의 유입을 막는데 주력한다. 그렇지 못한 나라는 방역보다 경제를 돌아가게 하고 대회에 이름값 있는 선수들의 출전을 독려하고 흥행에 몰두한다.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6천명을 넘겼지만, 백신이 이제 곧 보급되리라는 기대감도 공존한다. 연말을 앞두고 사망자와 확진자가 얼마나 늘어날지 모르고 전염병의 확산 추세를 예측하기 힘든 점이 내년 투어 전망을 더 어렵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