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 규모 5년만에 100배

국가는 미국·섹터는 대형 IT주

환율 따라 매수·매도전략 ‘절세’

올해 개인투자자들이 해외주식 투자가 급증했다. 개인투자자들은 미국의 대형 정보기술 기업을 대거 사들였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입회장에서 14일(현지시간) 트레이더들이 업무에 임하고 있다. [AP]
올해 개인투자자들이 해외주식 투자가 급증했다. 개인투자자들은 미국의 대형 정보기술 기업을 대거 사들였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입회장에서 14일(현지시간) 트레이더들이 업무에 임하고 있다. [AP]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며 새로운 매수 주체로 떠오른 이른바 ‘동학개미’의 개인 투자자는 ‘서학개미’로 활동 반경을 넓히며 해외 투자의 새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해외 투자 규모가 5년 만에 100배 규모로 커질 정도로 이른바 ‘큰 손’으로 급부상하며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의 외화증권예탁결제금액 추이를 보면 올해 연초 이후 12월 14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예탁결제 순매수 금액은 188억2321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6년의 1억8782만달러과 비교할 때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며 올해 100배 이상 늘었다.

서학개미들은 해외 주식 가운데 미국의 대형 기술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MAGAT’(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 테슬라)에 매수 자금이 몰렸다. ETF(상장지수펀드)를 제외한 올해 해외주식 순매수 상위 종목을 보면 테슬라가 32억7000만달러로 순매수 금액이 가장 컸고, 애플(17억4000만달러), 아마존(8억7000만달러), 엔비디아(6억9000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4억7000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구글의 알파벳도 3억7000만달러로 10위 내에 이름을 올렸다. 10개 상위 종목 중 홍콩의 SMIC를 제외한 9개 종목이 미국 종목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 선진국팀장은 “코로나19 이후 언택트(비대면)로 사회적 추세가 변하면서 혁신적인 빅테크 기술주가 포진해 있는 미국 증시에 대한 투자 매력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서 미국 주식의 원화 환산 가치가 떨어지면서 평가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졌지만, 오히려 개별 종목의 주가 상승에 베팅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이를 두고 개인 투자자들의 전략이 한층 스마트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액은 총 90억5103만달러로, 10월(73억2193만달러)보다 23.6%나 늘었다.

투자자들은 오히려 원화 강세를 미국 주식의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환전·매수 타이밍에 주목하고 있다. 내년 달러화 가치가 최대 20%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최적의 환전 타이밍을 예측하기 힘들고 뉴욕 증시가 열리는 시간대는 시차상 은행 창구를 통한 실시간 환전이 어렵기 때문이다. 차라리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 상승에 베팅하면서 환차손을 상회하는 시세차익을 노리는 전략이다.

실제 원/달러 환율이 1090원대로 떨어지면서 똑같은 수익을 내더라도 원화로 환전하면 손실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일부 해외 투자자 중에는 급하게 자금이 필요하지 않으면 수익 실현을 미루는 투자자도 생겨나고 있다. 달러 가치가 다시 높아질 때를 기다리겠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연말 양도소득세를 줄일 기회로 활용하는 방법도 투자자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 현재 해외주식 투자는 주식이나 ETF 매매로 거둔 연간 손익을 합산해 250만원이 넘는 수익에 대해 22%의 세금을 내야 한다.

달러 약세를 절세의 기회로 보는 것은 수익 기준이 현재 환율로 계산되는 특성 때문이다. 달러가치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면 수익이 늘면서 부담해야 하는 세율도 높아지게 된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진 시점에 수익을 실현하고 세금을 확정짓고 재투자에 나서는 전략이다. 이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