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익명으로 기부…총 10억3500여만원

“가족들 응원이 10년 약속 이어온 원동력”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10년 동안 익명으로 거액을 기부한 ‘대구 키다리 아저씨’가 스스로 약속한 기부 목표를 이뤘다.

23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사랑의 열매)에 따르면 지난 22일 키다리 아저씨가 사랑의 열매로 전화를 했다. 사랑의 열매 관계자들과 한 작은 매운탕 가게에서 만난 키다리 아저씨 부부는 인사를 건넨 후 낡은 가방 속에서 봉투 한 장을 꺼냈다. 봉투에는 5000여만원의 수표와 메모가 들어있었다.

메모에는 ‘스스로와의 약속인 10년의 기부를 마지막으로 익명기부를 마무리 한다’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앞으로도 많은 키다리 아저씨들이 나눔에 참여를 했으면 좋겠다’는 메모가 쓰여져 있었다. 또 ‘나누는 동안 즐거움과 행복함을 많이 느꼈다’는 담겨 있었다.

대구 키다리 아저씨는 지난 2012년 1월 처음 사랑의 열매를 방문해 익명으로 1억원을 전달하며 나눔을 시작했다. 이후 매년 사랑의 열매를 찾아 기부를 했는데 키다리 아저씨가 10회에 걸쳐 기탁한 성금은 10억3500여만원에 달한다.

사랑의 열매에 따르면 대구 키다리 아저씨는 크지 않은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사람이다. 경북에서 출생해 1960년대 학업을 위해 대구에 왔다고 한다.

결혼 후 3평이 안되는 단칸방에서 시작한 키다리 아저씨 부부는 늘 근검절약하는 생활을 해왔고 수익의 3분의 1은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나누었다고 했다. 이후 회사를 경영하면서 여러 차례 위기도 겪었고 기부를 중단하라는 직원들도 있었지만 그는 “이 돈은 내 돈이 아니다”라며 처음부터 수익의 일부분을 떼놓고 나눔을 이어왔다고 했다.

가족들도 그의 나눔을 지지하고 응원했다. 키다리 아저씨가 10년의 약속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이다. 

아버지가 키다리 아저씨라는 것을 알게 된 자녀들도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며 손주 또한 할아버지를 닮아 일상에서 소외된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이희정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은 “오랜 시간 나눔을 실천한 키다리 아저씨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보내준 소중한 성금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꼭 필요한 곳에 늦지 않게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