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해양석유·시노펙 유력

본토기업 홍콩행 늘어날듯

일부선 투자금 이탈 우려도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미국 뉴욕증시에서 중국 3대 통신사에 이어 중국 국영 석유기업이 다음 퇴출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들 중국기업이 미국 내 영업기반은 없지만, 증시를 통해 인민해방군이 간접적으로 달러 자금을 조달하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정부가 보복을 예고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올해는 증시로 옮겨붙을 전망이다. 갑작스런 증시 전쟁에 투자자들에게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블름버그통신은 4일 중국 국영 석유사인 중국해양석유(CNOOC)와 시노펙(SINOPEC)이 뉴욕증시의 다음 퇴출 대상이 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헤닉 펑 애널리스트는 “석유 등 에너지 분야는 중국 군부에 영향이 크다”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이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11월 중국군과 연계된 기업에 대한 미국인들의 투자를 금지한 행정명령을 내린 데 따른 조치다. 앞서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 등 중국의 3대 통신회사에 대해 상장 철폐를 결정하면서 뉴욕증시 주식 거래가 오는 1월7일~11일에 중단된다.

싱가포르에 본부를 둔 투자은행인 유나이티드오버시스뱅크(UOB)의 스티븐 륭 이사는 “더 많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서 상장 폐지될 수 있다. 다음 차례는 중국 석유기업이 될 것”이라며 “다만 중국 통신사들의 미국 증시 거래 주식이 많지 않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통신사나 석유기업의 경우 미국 증시에서 조달하는 규모가 크지 않다. CNOOC의 경우 전체 해외 투자에서 미국은 16% 정도로 비중이 크지 않다. 하지만 대표적인 국영기업 퇴출을 시작으로 중국 기업의 미국증시 상폐가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투자자들에겐 위험 경고등이 켜졌다. 중국건설과기그룹(CCTC), 국제전자상무중신그룹(CIECC) 등이 차기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이미 강경한 보복을 예고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2일 성명을 발표하고 “국가 안보를 악용하고 국가 권력을 동원해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 행위는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리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 투자자들에도 해가 된다”면서 “미국 자본 시장에 대한 신뢰를 심각히 훼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과 미국이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공정하고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사업 환경을 조성해 양국 경제와 무역 관계를 정상 궤도로 되돌리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도 “중국 통신사들이 미국 증시에 상장한 주식은 많지 않아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미 증시)퇴출에 대응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중국 정가에서는 미국 기업 블랙리스트를 발표해 트럼프 정부에 똑같이 보복하겠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미국 증시 퇴출로 중국 기업의 홍콩 상장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미국 투자자들이 홍콩 증시로 옮겨간다면 미국 증시도 수익성 악화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