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중국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결심의 한 해’라고 하고 싶다. 지난 한 해 중국은 미국과의 분쟁에서 패배하지 않기 위해,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주저앉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국가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0월 개최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는 향후 5년간의 경제발전 방향을 정하는 ‘제14차 5개년 규획’의 대략적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 올해 경제운용 방향을 결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도 최근 개최됐다. 향후 국가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두 번의 회의에서 중국은 성장 전략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수출과 투자 위주의 성장에서 자립형 경제구도로 발전 방향을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정책적인 대기류 속에서 기술혁신·자립, 쌍순환, 내수 확대, 글로벌 밸류체인(GVC) 재편 등 굵직하고 중요한 키워드들이 관심을 받다. 특히 ‘제조’에 방점을 찍고 싶다. 결국 기술력 제고는 제조업의 업그레이드를, 제조업의 업그레이드는 GVC에서 중국의 역할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강력한 제조는 결국 타깃을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해외 시장보다는 거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내수 시장을 향할 것이고 중국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는 맞춤형 제조가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이 실제로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 중심지인 저장성에서는 중소기업들이 설비를 교체하고 생산기지를 확대하고 내수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저장성 정부는 제조공장의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분야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무인화 스마트화를 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 한 업체는 지방정부의 지원으로 기존 공장을 스마트 생산라인으로 개조해 세계 최초로 5G 기술을 이용해 보온병을 생산하고 있다.

내수 시장의 경우 전자상거래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판로 개척에 힘쓰고 있다. 현지 매체인 경제관찰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저장성 소재 일부 제조공장의 내수 판매 규모가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늘었다. 주로 핀둬둬(대표적 공동구매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C2B(Customer to Business) 방식으로 협업하고 있다. C2B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기업이 맞춤형으로 생산하는 방식이다.

내수 시장에서의 판매가 증가하면 브랜드 인지도도 높아진다. 많은 중국 제조공장들이 자사 제품의 브랜드화에 힘을 쏟고 있다. 2000년 전후로 중국 내 가전업계에서 외자브랜드의 비중은 70%를 넘었고 중국 로컬 브랜드는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GREE, 샤오미, 하이얼 등 로컬 가전브랜드의 존재감이 매우 강해졌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중국의 많은 중소기업이 브랜드파워를 갖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 제조업체의 변화는 중간재 위주의 대중 수출구조로 돼 있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의 제조업을 단순한 제조 협업자로 볼 것이 아니라 중국 내수시장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하나의 관문으로 봐야 할 때다.

윤보라 코트라 베이징 무역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