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우리 시대의 ‘라디오 스타’ 신해철과의 이별이 난데없고 허망했던 지난 28일 방송3사 라디오에선 마왕의 이야기로 물들었다. 전날 밤 안타까운 비보가 날아든 이후 프로그램의 게시판마다 신해철의 음악을 신청하며 고인을 추모하는사연이 줄을 이었고, DJ들은 ‘90년대의 아이콘’ 신해철을 떠올리며 서로를 위로한 하루였다. 이날 라디오도 함께 울었다.
먼저 MBC FM4U ‘두시의 데이트 박경림입니다‘ 신해철의 ‘나에게 쓰는 편지’를 오프닝으로 선곡, “스타이기 이전 한 여자의 남편이고 아이들의 아빠였다. 그래서 더 아파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는 멘트를 전하며 슬픔에 잠겼다. ‘두 시의 데이트’는 특히 3, 4부를 추모방송을 꾸미며 청취자들과 신해철의 음악과 삶을 돌아봤다.
MBC FM4U ‘오후의 발견, 김현철입니다’에서 DJ 김현철도 “뭐라고 말할 수도 없을 만큼 막막하다”며 신해철의 록밴드 ‘넥스트’의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해’를 선곡하며 신해철 특집을 이어갔다.
가수 김C도 자신이 DJ를 맡은 KBS 쿨FM ‘김C의 뮤직쇼’에서 “비통한 소식이 있다”면서 신해철의 ‘나에게 쓰는 편지’를 선곡, “이 가사를 곱씹어야겠다”고 했다. 특히 ‘김C의 뮤직쇼’에 게스트로 나온 가수 이현우는 갑작스러운 비보에 “정말 충격을 받았다. 모든 라디오에서 신해철 씨 음악이 계속 흘러나와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며 “놀라운 점은 ‘정말 좋은 곡들이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해철이 생전에 진행했던 ‘음악도시’를 이어 편성된 MBC FM4U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는 신해철의 소식이 날아든 27일 밤 긴급 추모 방송을 준비하며 그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SBS ‘김창렬의 올드스쿨’도 신해철 추모 방송으로 청취자와 만났다. DJ 김창렬은 청취자들이 보낸 사연 중 ‘아홉 살 아들이 신해철의 노래 ‘날아라 병아리’를 너무도 좋아하는데 신해철이 하늘나라 갔다고 전해주니 (아들이) 정말 마음 아프게 웁니다’라는 부분에서 깊이 흐느꼈다.
신해철은 1989년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후 라디오를 통해 청취자들의 곁을 지켰다. MBC 라디오 ‘우리는 하이틴’을 통해 DJ로 첫 발을 디딘 이후 1991년 ‘밤의 디스크쇼 신해철입니다’, 1996~1997년 ‘FM 음악도시 신해철입니다’, 2001년~2012년까지 10여년 간 MBC와 SBS 양사에서 ‘고스트 스테이션’과 ‘고스트 네이션’을 진행한 우리 시대의 진정한 ‘라디오스타’다. 특히 양사를 오가며 진행했던 프로그램을 통해 신해철은 ‘마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됐다.
지난 오랜 시간 라디오를 통해 만났던 신해철의 목소리는 이날 하루 MBC 라디오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두시의 데이트’ 추모 방송에서 ‘음악도시’와 ‘고스트 네이션’ 방송 일부를 소개했고,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선 지난 여름 신해철이 9일간 배철수를 대신해 ‘음악캠프’를 지킨 당시 방송의 엔딩을 내보냈다.
DJ 배철수는 오프닝에서 “‘음악캠프’ 청취자들에겐 신해철이 각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 번 출연하기도 했고, 지난 8월 11일부터 19일까지 휴가기간 대타 DJ로 수고를 했습니다. 감사의 표시로 점심을 한번 사야지 생각만 하고 시간이 이렇게 가버렸네요. 저에겐 대학가요제 후배이기도 하고요. 마음이 착잡합니다”라며 신해철의 음악을 선곡해 시간을 꾸몄고, 엔딩에서는 “오늘 방송의 마지막은 신해철 목소리로 하겠다. 신해철과 신해철을 사랑했던 모든 분들에게 드리는 작별 선물이다. 지난 8월 19일 제가 휴가갔을 때 대타로 진행했던 신해철의 마지막 인사다”고 설명했다.
방송 말미 신해철의 생전 목소리가 생생하게도 흘렀다. 신해철은 “오늘까지 9일동안이었다. 급하게 대타로 차출돼 배철수 선배님 휴가기간을 함께 했다. 합쳐보니 17년동안 라디오를 했다.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친숙하지 않은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DJ로 그랬을 뿐, 내가 라디오를 끼고 살았던, 음악을 열심히 들었던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내일부터 ‘음악캠프’ 청취자로 돌아가겠다. 오프닝 시그널이 앞으로 평생 저에게 특별하게 들릴 것 같다. 좋은 기억을 갖고 떠나겠다”며 “DJ할 때 마다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보내는 단편들이 제 몸 안으로 들어온다. 삶의 균형과 안도감, 긍정적인 부분을 회복시켜준다. 지난 9일 동안 여러분은 진통제였고, 항우울제였다”는 메시지가 청취자들의 가슴 깊이 새겨졌다.
신해철은 지난 17일 장협착으로 수술을 받은 이후, 22일 심장 기능이 정지되면서 의식불명 상태로 6일을 보냈다. 짧고도 길었던 6일간 대중음악계와 그를 사랑하는 팬들의 간절한 기도는 이어졌지만 27일 신해철은 마지막 인사를 보냈다. 사인은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 및 패혈증이었다. 향년 46세.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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