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수사규칙’ 중 중요사건 유형, 실무와 동떨어져” 지적
일선 경찰 “변호사 수 많아…훈령대로 다 보고하기 어려워”
“중요사건 유형 하나라도 빼놨다가 문제 생기면 어쩌나” 반론도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대한민국에 변호사가 얼마나 많은데, 그것을 어떻게 꼬박꼬박 상부 기관에 즉보하겠습니까.”
최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건을 두고 경찰과 검찰에서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저는 지난 2일 이 차관의 폭행이 서울 서초경찰서 산하 서초파출소로부터 서울경찰청(사건 당시 서울지방경찰청)까지 보고되지 않아 문제라는 기사를 썼었는데요. 이 차관 폭행 당시 서초파출소에서 서초서까지만 보고되고, 서초서에서 서울청까지는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을 다뤘습니다.
그런데 서초서에서 서울청까지 보고되지 않은 것이 왜 문제일까요. 그렇게 보고 안 될 경우, 경찰관들이 지켜야 하는 훈령인 ‘범죄수사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범죄수사규칙을 보면, 변호사의 폭행은 112신고를 받고 파출소가 출동했을 경우, 이후 관할 경찰서를 거쳐 시·도경찰청에까지 즉보(즉시 보고)하도록 돼 있습니다. 변호사의 폭행은 범죄수사규칙에서 정한 ‘중요사건’ 유형 중 하나인데요. 이 같은 중요사건들은 시·도청까지 보고하도록 해당 규칙에 적혀있는 것이죠. ‘보고 시점’에 대해서도 ‘사건 발생 또는 검거 시’ 혹은 ‘필요성이 있는 경우 수사(내사) 착수 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변호사 신분이던 이 차관의 폭행 범죄는 사건 당시 서초파출소·서초서·서울청이 모두 알고 있었어야 한다는 얘기죠. 그런데 정작 서울청에서는 보고받지 못했다는 것이 경찰청의 답변이고, 저는 이것을 기사로 다룬 것입니다.
이런 보고 규정 위반에 대한, 일선 경찰관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일각에서는 “당연히 훈령 사항이면 적혀 있는 대로 보고해야 하는데 안 했으므로 문제”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실제로는 그렇게 훈령대로 보고하기 쉽지 않다”고 반론을 폅니다.
왜 훈령대로 보고하기 쉽지 않다는 것일까요. 서울 강남 지역에 근무하는 한 지구대 경찰관은 이 차관이 변호사 신분이던 당시(지난해 11월 초) 일으킨 택시 기사 폭행과 관련해 이렇게 얘기합니다.
“과거 1970~1980년대였으면 대한민국 변호사 수가 판사나 검사처럼 매우 적은 수였을 것이기 때문에 관련 범죄가 나오면 상부에 바로 보고했어야 할 것입니다. 그때에는 변호사 범죄를 중요사건 유형으로 분리해 따로 관리할 필요가 있었겠죠. 그런데 요즘은 변호사가 3만명을 넘을 정도로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일으킨 작은 범죄를 일일이 상부에 다 보고하면, 오히려 윗선에서 피곤해할 것입니다. 더구나 강남권은 사실 변호사·판사·검사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이들이 저지른 경미한 범죄를 사건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일일이 다 보고하는 게 맞는 얘기인지도 의심스럽습니다.”
즉 경찰청 훈령 보고 체계를 일괄적으로 모든 지역에 적용하는 것도, 오히려 조직 내 실무상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서울 강남 지역처럼 법조인들이 모여 있는 지역에선 이들의 범죄 경중을 따지지 않고 일일이 시·도청인 서울청까지 보고하는 게 오히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였죠.
그런데 이 말을 들으면 이런 의문이 듭니다. “그렇게 실무에서 느슨하게 적용할 훈령이라면, 왜 개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일까.”
훈령이 실무상 제대로 적용되고 있지 않다면, 훈령을 어긴 사람을 철저히 징계하든 실무와 동떨어진 훈령을 아예 새로 뜯어고치든 둘 중 하나는 제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경찰관들은 훈령 내 나열된 중요사건이 너무 많아서, 규정대로 보고하기도 어렵다고 말합니다. 범죄수사규칙을 보면, 47개의 중요사건 유형이 나열돼 있는데요. 어떤 경찰관은 “중요사건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건을 나열한 표”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수사 기능 경찰관은 “규칙에 하나라도 빈틈이 생기면 나중에 문제될 수 있어, 중요사건의 유형을 줄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쪽에서는 “훈령에서 정한 중요사건이 너무 많아서 지키기도 버겁고 형식적”이라고 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그렇다고 중요사건 유형에서 하나라도 빼놓아 나중에 문제 생기면 어떻게 하나”라고 말하는 것이죠.
범죄수사규칙에 나열된 중요사건 유형을 아래에 적어봤습니다. 번호는 훈령에 없으나, 제가 임의로 붙였습니다. 이 사건들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파출소가 출동해 알게 되는 즉시 관할 서(署)를 거쳐 최소 시·도청(예를 들어 서울 지역에선 서울청)까지 바로 보고해야 하는 내용입니다. 중요사건이 너무 많나요, 적나요. 판단은 독자 여러분들에게 맡기겠습니다.
〈〈보고 및 수사지휘 대상 중요사건(2021년 1월2일 개정안 기준)〉〉
1. 장․차관,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의원, 자치단체장, 시·도 교육감, 4급 이상 공무원, 주요기업의 대표 및 임원, 금융기관 대표 및 임원, 유명 연예인·운동선수 등 기타 이에 준하는 저명인사의 범죄
2. 외교사절, 수행원 기타 이에 준하는 외국 저명인사의 범죄 및 외국군대의 군인·군속의 범죄, 주한 미합중국 군대의 구성원․외국인군무원 및 가족이나 초청계약자의 범죄
3. 법관, 검사 또는 변호사의 범죄
4. 경찰관 범죄(단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본문 및 제4조 제1항 본문에 정한 교통사고사건 중 경상의 인피사고 또는 물피사고에 관한 것으로 분쟁이 발생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사건은 제외)
5. 정부, 공공기관, 대기업, 주요 협회, 주요 포털․이동통신사․온라인게임사 등 사이버 관련 주요 법인의 범죄
6. 장․차관,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의원, 자치단체장, 시·도 교육감, 4급 이상 공무원, 주요기업의 대표 및 임원, 금융기관 대표 및 임원, 유명 연예인·운동선수 등 기타 이에 준하는 저명인사에 대한 범죄
7. 외국의 원수, 외교사절, 수행원 기타 이에 준하는 외국 저명인사에 대한 범죄 및 외국군대의 군인·군속, 주한 미합중국 군대의 구성원․외국인군무원 및 가족이나 초청계약자에 대한 범죄 중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거나 사회적 반향이 크다고 인정되는 중요사건
8. 경찰관, 교도관, 법관, 검사 등 법집행 공무원에 대한 범죄 중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거나 사회적 반향이 크다고 인정되는 중요사건
9. 대규모 국책사업·공익사업을 방해하거나, 공공시설을 파괴 또는 그 기능을 방해하는 범죄 중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거나 사회적 반향이 크다고 인정되는 중요사건
10. 정부, 공공기관, 대기업, 주요 협회, 주요 포털․이동통신사․온라인게임사 등 사이버 관련 주요 법인 등에서 운영하는 주요 시스템을 공격한 사건
11. 수사본부 또는 수사전담팀 편성이 필요한 사건
12. 범죄수사를 위해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한 ‘감청’이 필요한 사건 중 보안유지가 필요하고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거나 사회적 반향이 크다고 인정되는 중요사건
13.다른 경찰관서(시·도경찰청·경찰서) 및 타 기관(검찰·국방부·국세청·국정원 등)과 공조수사 또는 합동수사가 필요한 사건 중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거나 사회적 반향이 크다고 인정되는 중요사건
14. 집중(통합)수사 등 국가수사본부에서 수사지시(지휘)한 사이버 사건
15. 내란, 외환 또는 국교에 관한 사건
16. 화재사건 중 다음에 열거한 사건
① 현주건조물방화(다만, 피의자를 현행범으로 검거하였거나 수단·방법이 명확하여 입증상 문제가 없다고 인정되는 사건은 제외)
② 연쇄방화(원인불명의 화재를 포함) 및 관공서, 학교, 주요 문화재 기타 중요시설에서의 실화사건(다만, 원인이 명확하고 입증상 문제가 없다고 인정되는 사건은 제외)
17. 통화위조·동행사사건 중 범죄수법이 특이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거나 사회적 반향이 크다고 인정되는 중요사건
18. 공문서위조·변조·동행사사건 및 유가증권 위조·변조·동행사사건 중 사회의 존립에 위험을 발생시켜 현저하게 신용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사건
19. 집단 또는 범행수법이 특이하거나 연속적으로 발생한 강간 또는 강제추행 사건
20. 증·수뢰사건 중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이 적용되는 사안으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거나 사회적 반향이 크다고 인정되는 중요사건
21. 살인 및 강도사건(경찰관이 피의자를 현행범으로 검거한 경우에는 ‘5. 기타 시·도경찰청장이 지정한 사건’에 해당할 시 보고)
22. 불특정 또는 다수인을 대상으로 흉기를 사용하거나, 범행수법이 특이하거나 잔인한 상해, 상해치사 사건
23. 과실치사상 사건(교통사고사건은 제외한다) 중 사망자 1인 이상 또는 사상자 5인 이상의 사건
24. 약취·유인, 체포·감금사건 중 피해자의 생명에 위험이 미칠 우려가 있는 사건
25. 인신매매사건
26. 절도사건 중 다음에 열거한 사건
① 피해액이 1천만원 상당 이상인 사건
② 조직적인 절도사건 중 피의자 또는 범죄 건수가 다수인 사건
③ 신종 또는 특이한 수법으로 분석 및 정보공유가 필요한 사건
27. 피해액 5억원 이상 또는 범행 수법이 특이한 사기, 공갈, 횡령·배임 사건
28. 치사를 수반한 결과적 가중범
29. 특별법 위반의 죄 중 중요하고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거나 사회적 반향이 크다고 인정되는 중요사건
30. 선거관계범죄 중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거나 사회적 반향이 크다고 인정되는 중요사건
31. 금융 관련범죄, 증권거래 관련범죄, 기업경영 관련범죄, 기타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시장경제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범죄
32. 폭력단체 관련범죄
33. 약물에 관한 범죄
34. 총기를 사용한 살인‧강도‧절도‧폭력사건, 총기 불법 유통사건
35. 환경 관련 범죄 중 조직적, 계획적 또는 광역적으로 행해졌고,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거나 사회적 반향이 크다고 인정되는 중요사건
36. 위험물 관련범죄 중 위험물의 성질 등에 비추어 공공의 위험성이 높은 사건
37. 풍속관련 범죄 중 조직적 또는 계획적으로 행해졌고, 정치인, 유명 연예인 등 사회 저명인사가 연루되었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거나 사회적 반향이 크다고 인정되는 중요사건
38. 실종‧아동학대‧소년범죄 중 범행수법이 특이하고 잔인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거나 사회적 반향이 크다고 인정되는 중요사건
39. 교통사고사건 중 다음에 열거한 사건
① 사망뺑소니사건 중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거나 사회적 반향이 크다고 인정되는 중요사건
② 인피사고 중 사망자 3인 이상 또는 사상자 20인 이상으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거나 사회적 반향이 크다고 인정되는 중요사건
③ 범행수법이 특이한 사건 또는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거나 사회적 반향이 크다고 인정되는 중요사건
40. 공안범죄 중 다음에 열거한 사건
① 국가보안법위반의 죄
② 군형법중 반란‧이적의죄‧군사기밀누설죄 및 암호부정사용죄
③ 군사기밀보호법위반의 죄
④ 국제테러리즘에 관한 사건
⑤ 안보관련 범죄 중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거나 사회적 반향이 크다고 인정되는 중요사건
41. 해킹‧디도스‧악성프로그램 관련 범죄 중 다음에 열거한 사건
①주요 정부기관‧공기업‧민간업체에 대한 정보통신망 침해사건
② 정보통신망을 침해하여 5천만원 이상 부당이득을 취득한 피의자 검거
③ 악성프로그램을 유포하여 국내 50대 이상 서버‧PC를 감염시킨 피의자 검거
④ 신종 해킹 사건
42. 다중피해 사이버사기 범죄 중 피해자 100명 이상 또는 피해액 1억원 이상인 사건
43. 피해자 50명 이상 또는 피해액 2천만원 이상이거나 범행수법이 특이한 피싱‧파밍‧스미싱 등 사이버금융범죄
44. 개인정보 침해범죄 중 다음에 열거한 사건
① 100만명 이상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이용‧제공한 피의자 검거
② 부정하게 취득한 1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2천만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피의자 검거
45. 사이버성폭력 범죄 중 다음에 열거한 사건
① 다크웹, 텔레그램 등 SNS‧웹하드‧불법사이트 등을 이용한 운영자급 주범 검거
② 성착취물 등 제작‧유통하여 3천만원 이상 부당이득을 취득한 피의자 검거
46. 기타 사이버범죄 중 다음에 열거한 중요 사건
① 사이버도박 - 총 매출액(입금액 기준) 1천억원 이상 도박 사이트 운영자 검거
② 사이버저작권 침해 – 1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피의자 검거
③ 몸캠피싱 – 피해자 10명 이상 또는 피해액 1억원 이상
④ 사이버선거 - 모든 사이버선거 사건
⑤국제공조 수사를 통해 주요 사이버범죄 피의자를 검거한 사건
⑥사이버범죄 관련 지명수배‧통보 10건 이상 수배자 검거 사건
47. 기타 시·도경찰청장이 지정한 아래의 사건
① 범인검거, 피해자 보호 등 수사를 위해 타관서와의 공조, 시·도경찰청 직접수사부서의 투입 등 지원이 필요한 사건
② 시·도경찰청장의 지휘가 필요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거나 사회적 반향이 크다고 인정되는 중요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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