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최종 판결을 보면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한 말이 생각이 났다. 그는 “양사 싸움은 남 좋은 일만 시킨다”면서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었다. 각종 여론의 뜨거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두 회사는 결국 끝장을 봤다. 그만 싸우라는 비난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의 싸움이 결코 부끄럽게 끝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기업 간의 싸움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삼성과 애플도 몇 년간 소송을 했고 중국 화웨이와 미국 버라이즌도 싸웠었다. 뜨거운 산업일수록 경쟁은 심화되고 그래서 목숨 걸고 싸운다. 단순히 ‘국내 기업끼리 소송전을 벌이니 보기 안 좋다’는 국수주의적 시각은 기업에도 도움이 안 된다. 이윤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기업이 소송까지 감수하면서, 부끄럽다는 소리까지 들으면서 최종 판결까지 간 것은 그만한 계산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정적으로 왜 빨리 안 하느냐고 재촉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양사는 최고 전문가들을 동원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결심을 보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이 자기 회사라고 무조건 100% 이길 것으로 생각하고 도박을 한 게 아닐 것이다. 일류 기업은 최악의 경우까지 포함해 모든 시나리오를 준비한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두 회사가 이미 더욱 잘 알고 있겠지만 언제까지 시장이 한국 배터리를 찾진 않을 것이란 거다. 중국, 미국, 유럽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중국 정부는 대놓고 전기차 사업을 밀어주고 있고, 유럽은 힘을 합쳐 배터리 자급 프로젝트에 4조원을 투입했다. 지금은 ITC의 결정에 폴크스바겐이나 폭스가 발을 동동 굴리는 듯하나 결국은 자국 배터리 산업을 키우는 데에 힘을 더욱 쏟아붓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ITC 결정을 심의하는 60일은 합의의 ‘골든 타임’이다. 이 기간 둘의 싸움은 어쩌면 더 치열할지도 모른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위해 미국 정치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ITC 결과에 따라 더욱 눈이 높아진 LG에너지솔루션을 설득해야 한다. LG라고 마냥 행복하진 않을 것이다. 만에 하나 바이든이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는 최악의 경우를 고려해야 하고 여전히 최적의 합의금을 찾는 만만치 않은 여정이 남아있다.
평화로운 경쟁을 펼치는 것이 최고였겠지만 이미 벌어진 일. 이제는 소송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 두 회사는 미국 영토에서 법적 소송을 하는 것을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미국의 제도는 물론 정치와 경제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됐을 것이다. 호시탐탐 한국 배터리 인재들을 노리는 중국에 “자칫하다간 큰코 다치겠다”는 경고도 던졌다. 양사는 이번 소송의 경험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교훈으로, 궁극적으로는 ‘이윤’으로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세계 정상의 두 회사가 배터리 산업 초기에 치열한 승부를 펼쳤었다’고 기록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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