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에 처음 경험하는 손실
한방 노리는 투기적 투자흐름도
과도한 빚투에 리딩방마저 기웃
#. 직장인 김모 씨(35)는 요즘 밤낮으로 정신이 없다. 낮에는 회사 일을 하는 가운데 틈틈이 자신이 산 종목의 시세와 뉴스를 곁눈질하고, 밤에는 해외주식과 비트코인 가격을 들여다본다. 돈을 벌기 위해 투자를 시작한 후 더 피곤한 생활이 찾아왔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오르기만 했던 시장이 달라져서다. 장기투자의 원칙을 외치지만, 갑자기 늘어난 손실이 낯설기만 하다. 이에 지난해에만 300만명이 늘어난 동학개미, 그리고 서학개미들이 연초 조정장의 현실에 고수익 단타의 유혹으로 빠져들고 있다. ▶관련기사 3면
한국 증시의 새 역사를 쓴 동학개미들이 시험대에 섰다. 일방적인 대세 상승장 뒤에 찾아온 기간 조정 장세에 당혹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동학개미들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아온 이른바 성장주들이 미국의 금리 발작에 맥없이 추락하자, 고변동성에 베팅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흐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동전주와 테마주 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고,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상·하한가 가격제한폭이 없는 미국 증시에서의 고변동성 종목 투자 또한 급증세며, 일확천금을 노리며 ‘빚투(빚내서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출처가 불분명한 ‘주식리딩방’에 빠져 작전 세력의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투자와 투기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이런 흐름은 지난해 새롭게 증시에 진입한 신규 투자자들에게서 뚜렷하게 감지된다. 이들에게 주식은 ‘사면 오른다’의 절대 수익 신화의 상징이었다. 이들에게 최근의 주가 조정은 단 한번도 경험 못한 뉴노멀(New Normal)이다. 하락장을 수용하지 못한 채 현실 부정의 목소리를 높이는 개인투자자들이 자주 목격되는 것 또한 이런 흐름의 연장선이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이 지난해부터 거세게 일었던 주식 투자 열풍의 중대 기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기업의 기초체력에 근거한 건전한 투자 문화가 지속될 수 있을 지, 또 다시 개인투자자들이 잦은 매매와 고수익 단타 추종 매매로 패자의 길을 걷게 될 지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 이슈나 변동성에 휘말려 충분한 분석 없이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면서 “미래 성장성에 투자하는 성장주는 장기 투자에 맞게 투자해야지 테마주처럼 단기 투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주식은 만기 없는 채권에 가까워서 펀더멘털을 면밀히 분석해서 장기 투자하는 게 맞는 방향이다”라며 “신용이 아닌 자기자본을 가지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호흡이 긴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투자의 흐름이 유행 현상을 보이며, 과거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을 키웠던 뇌동매매 현상이 심화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행에 따라 투자하는 부류들은 상당히 많이 오른 걸 더 사는 것”이라며 “마음이 시키는 대로 투자하게 되면 올라가는 추세를 믿는 경향이 있고, 떨어질 땐 과도한 비관론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센터장은 “현금 위주,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 내에서 현금 비중을 일정 부분 유지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하는 게 현 시점에서 가장 바람직한 투자”라고 말했다. 김현경·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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