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진 SC제일은행 방카슈랑스팀 차장

도하진 SC제일은행 방카슈랑스팀 차장
도하진 SC제일은행 방카슈랑스팀 차장

은퇴 시점에 큰 돈이 마련되어 있으면 안정적인 노후생활이 가능할까. 당장 급여를 월급이 아닌 연단위로 받는다고 가정해보면 답을 알 수 있다. 처음 목돈을 손에 쥐는 그 순간은 매우 기쁠 수도 있으나, 이후 매월 고정지출을 고려해서 철저하게 통제하지 않으면 몇 달도 안가 바닥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노후생활에 필요한 것은 목돈이 아닌 지속적으로 발생되는 현금흐름(Cash flow)이다. 다른 말로 하면 소득(income)을 만드는 것이다. 은퇴 준비의 핵심은 이러한 현금흐름(Cash flow)이 ‘안정적으로’, ‘평생’, ‘월급처럼 지급’ 되도록 하는 것에 있다.

고령화•저성장•저금리 시대 목돈마련보다 ‘현금흐름’ 이 중요

특히 고령화 시대 진입과 저금리 환경 도래에 따라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과거에는 목돈을 얼마나 모아 두는지에 노후 준비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은퇴 후 소득공백기가 10여년 정도로 길지 않았고 정기예금만으로도 은퇴자산을 안전하게 불리며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목돈 마련 중심의 은퇴 준비는 고령화, 저성장, 저금리시대를 맞아 한계에 봉착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며 예전보다 은퇴 이후 소득이 없는 기간이 더 길어졌고, 낮아진 금리로 인해 예금 이자로는 충분한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지금은 ‘은퇴 시점까지 얼마나 많은 자산을 모을 수 있는가’ 보다 '은퇴 후 사망 시까지 매월 얼마만큼의 현금흐름(Cash flow) 을 확보할 수 있을지' 가 은퇴생활의 질을 좌우하고 있다.

은퇴 후 월 소득 중심 목표 수립 후, 연금 등 현금흐름(cash flow)이 가능한 상품 활용

은퇴 준비의 시작은 은퇴 후 월 생활비가 얼마나 필요한지 가늠해 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10억원, 20억원 등의 자산 규모가 아닌 월 생활비로 추정해야 부족한 현금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보통 노후 적정 소득은 은퇴 이전 월 소득 대비 약 70%정도로 보고 있다. 예컨대 퇴직 전 소득이 월 500만 원이었다면, 노후 적정 생활비는 소득의 70% 수준인 월 350만 원인 셈이다.

은퇴 후 월 소득에 대한 목표를 정했다면 현재 모아둔 자산으로 현금흐름을 얼마나 만들어 낼 수 있을지를 정리해야 한다. 물론 은퇴 후에도 경제활동을 통해 꾸준히 소득을 창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사실 대부분의 경우 은퇴 후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경제활동 외의 현금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으로 먼저 연금처럼 구조적으로 현금흐름을 지급할 수 있는 상품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수익형 부동산, 월 지급식 펀드 등 현금흐름이 있는 자산을 구입하거나 주택연금과 같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연금화 시키는 방법도 있다.

이중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현금흐름 지급이 구조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3층 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이다. 강제 저축 기능이 있어 쉽게 허물어 쓸 수 없는데다 평생 연금 지급으로 사망 시까지 지속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연금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매년 연금액을 올려주며 과거에 납부한 보험료를 현재 가치로 환산해 연금을 지급하므로 은퇴자산의 가치를 지켜주는 장점이 있다. 지난 해 국민연금에 20년 이상 가입한 수급자의 평균 연금액은 월 93만 원이었고 30년 이상 가입자의 평균 연금액은 월 137만원 수준이었다. 충분한 금액은 아니지만 국민연금만으로 한달 최소한의 노후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다. 만약 부부가 모두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있다면 한 가정에서 국민연금만으로 대략 월150~200만원 정도의 연금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만약 퇴직 후 다른 소득으로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국민연금 수급시기를 늦춰 연금 수급액을 늘리는 방법을 고려해보자. 이 경우 1년을 연기할 때마다 7.2%씩 연금액이 증가해 5년동안 최대 36% 더 많은 연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다.

퇴직연금의 장점은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매월 급여에서 노후를 위해 강제저축 되고 있다는 점이다. 길게는 20~30년 이상 복리로 투자하는 장기상품이기 때문에 1%의 차이가 노후의 생활비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운용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연금으로 받게 되면 일시금 수령시보다 퇴직소득세를 30% 경감시켜 주며 55세 이후 수령할 수 있어 국민연금 수령 전 소득 공백기에 가교연금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으로 2인가구 기준 매월 약 200~250만원정도의 현금흐름이 확보되었다면 나머지 부족한 금액은 급여의 5~10%만 개인연금으로 꾸준히 준비해도 노후자산을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다. 단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예상 수령액이 부족한 경우에는 노후 적정소득을 고려하여 개인연금으로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예상 수령액은 금융감독원의 통합연금포탈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개인연금은 세제공제 여부에 따라 연금저축보험과 세제비적격 연금보험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직장인과 자영업자는 연말정산 시 납입금액에 대해 세금을 환급 받으면서 55세 이후부터 평생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는 연금저축보험에 우선적으로 가입하는 것을 권한다. 세액공제 한도를 초과한 금액은 세제 비적격 연금보험을 활용하면 비과세로 노후자산을 불릴 수 있다. 세제비적격 연금보험은 납입기간 동안 세액공제 혜택은 받을 수 없지만 10년이상 유지할 경우 연금을 비과세로 수령할 수 있는 상품이다. 다양한 펀드에 포트폴리오 투자로 연금액을 불릴 수 있으면서 연금개시 시점에는 납입한 원금을 보존해 주는 변액연금보험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보자.

은퇴 준비의 핵심은 은퇴 후에도 월급을 받는 것처럼 매월 일정한 소득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흔히 장수는 축복이라고들 하지만, 은퇴 후의 삶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더 이상 축복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수명이 늘어난 만큼 단순한 목돈 마련이 아닌 안정적인 현금흐름 창출이 가능한 평생 소득을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한 시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