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 관련 사건만 연간 3000여건 달해
공수처 검사 25명으론 처리 불가능한 구조
검찰 이첩사건 기소 싸고 권한다툼 불가피
피의자 입장선 최대 4개기관 수사 받을수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은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깬다는 점에서 의미가 부여됐다. 그동안 60년 넘게 특별검사가 도입된 개별 사례를 제외하고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재판을 받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가진 공수처의 등장으로 기존 검·경으로 이원화되던 수사기관 힘겨루기는 3자 구도로 더욱 복잡해졌다.
31일 공수처에 따르면 자체적으로 접수한 고소, 고발 사건 수가 500건을 넘고 있다. 지난 1월 21일 현판식으로 열고 출범한지 2개월여만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아직 첫 수사 사건을 정하지 못했다. 수사를 책임질 검사도 아직 선발하지 못한 상황이다.
공수처 검사 인선이 마무리되더라도 상당 기간 검찰과의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공수처법에서 필수적으로 수사하도록 정한 판사나 검사 사건이 문제될 소지가 크다.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김 처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공수처 수사대상이 전체적으로 7100명 정도 되고, 판·검사가 5600명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연간 판사나 검사 상대 고소·고발 사건은 3000여 건이다. 김 처장은 “공수처가 출범하면 판·검사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이 쇄도하고 업무가 마비될 정도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수처 수사검사는 현행법상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을 넘을 수 없다. 그 중 절반은 비검사 출신으로 꾸려야 한다. 연간 3000건을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검사나 판사 사건 외에 다른 고위공직자 수사도 맡는다. 이러한 여건을 감안하면 연간 공수처가 집중해서 처리할 수 있는 사건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현직 검사장은 “중앙지검 특수부에서 한해에 처리하는 큰 사건이 2~3건이다. 공수처에서 연간 10건 이상 수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산술적으로 공수처로 밀려드는 판·검사 사건 중 2000건 이상은 검찰이나 경찰로 돌려보내야 한다. 김 처장 역시 이런 사정을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내려보낸 사건을 기소하는 주체가 누가 되느냐다. 검찰은 공수처에서 넘겨받은 사건을 자신들이 직접 기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김 처장은 수사를 검찰에서 하고, 기소는 공수처가 맡는다고 주장한다. 공수처가 경찰로 사건을 보낸다면 좀 더 구조가 복잡해진다. 경찰은 기소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일반 사건처럼 송치를 받은 검찰이 기소할 수도, 공수처가 기소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실제 이 문제는 김학의 전 법무부장관 불법출국금지 사건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검찰은 검사가 아닌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장 부분만을 분리해 계속 수사하고, 이규원 검사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사건은 공수처로 법에 따라 이첩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검찰로 사건을 돌려보냈고 이 사안을 누가 기소할지를 놓고 입장차가 확연하다. 이성윤 지검장은 아예 공수처법상 검사 사건을 검찰로 돌려보내는 게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 문제가 기관 간 정리되지 못한다면 일단 기소된 후에 법원 판단에 따라 정리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된다면 수사기관 간 교통정리를 하는 데만 몇년이 소요될 수도 있다. 현행법상 공수처가 기소하는 사건 관할은 서울중앙지법이다. 하지만 검찰이 기소한다면 해당 검찰청에서 자체 기준대로 법원을 정하면 된다.
수사 주체가 분산되면서 오히려 인권침해 요소가 더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국무총리가 나서 엄정대응을 주문한 LH투기 의혹 사건의 경우 경찰이 1차 수사를 맡지만, 뇌물수수 등 부패범죄가 나오면 검찰이나 공수처가 투입된다. 만약 여·야가 합의한대로 특별검사가 출범한다면 기존에 흩어진 사건을 특검이 넘겨받아 수사하다가 활동기간이 종료되면 다시 돌려보내는 과정을 거칠 수 있다. 참고인이나 피고인이 여러 기관을 상대로 수사를 받아야 하는 셈이다. 좌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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