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기준 만들어 양성화”

금융위 본인책임 원칙 고수

“별도 법제화 검토도 안해”

가상자산 투자가 급증하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규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관련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정부이 가상자산에 대한 입장은 이중적이다. 자금세탁방지, 과세, 압수 등 제도를 통한 조치를 점차 넓혀가고 있으면서도 “제도화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가상자산 관련한 법규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유일하다. 본래 취지는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법이다. 이를 위해 예치금과 고유자산을 구분하게 하고, 정보보호 인증체계를 갖추게 하는 등 가상자산 사업자가 지켜야할 사항을 담고 있다. 하지만 사업자 인허가, 자본금 규제, 영업행위 규제, 투자자 보호 의무 등이 빠져 있다.

국무조정실이 19일 ‘가상자산 불법행위에 대해 특별단속하겠다’고 나섰지만 특금법을 통해 자금세탁을 막고, 다단계 사기 등에 대해 형법상 사기죄를 적용하는 수준이다. 현행 법체계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피해에 대응하기는 어렵다.

가상자산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업권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법령에 불법행위 유형이 특정돼 있어야 사고 사전 예방을 위한 감독이 가능하고 단속도 할 수 있다”라며 “협회 등 업계 자율에만 맡겨두기에는 거래규모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라고 지적했다.

당장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특금법에 따라 오는 9월까지 FIU에 사업자 신고를 하지 않으면 폐업해야할 수 있다. 인출이나 이체 등의 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않고 폐업하면 결국 투자자가 피해를 본다.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응은 “사업자의 신고 상황과 사업 지속여부를 최대한 확인하고 거래하라”는 경고 뿐이다.

법률적으로는 주식시장에 적용되는 자본시장법 체계를 활용하자는 지적도 있다. 가상자산 사업자의 이해상충을 막고, 이용자의 이익을 보호하도록 선관주의 원칙을 규정하는 것부터, 내부 정보 활용 금지, 상장 관련 규제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자산 사기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공시 제도부터 세워나가야 한다”라며 "지금은 특정 가상자산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조차 믿기 힘든 것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업권법 등 추가적인 법제화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자산을 제도화한다는 것은 양성화한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며 “정부가 가상자산에 대한 입장을 ‘투기’에서 ‘투자’로 바꾸기 전까지는 제도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