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속 자산 불린 직장인
출퇴근 일상 탈피 수요 증가
美직장인 절반 “이직 고려중”
고용회복 속 ‘구인경쟁’ 활용
근로계약 ‘협상력’도 높아져
소득 불평등은 더 깊어질수도
“지난 1년의 시간은 우리의 삶에 대한 ‘평가의 시간’이었다.”(크리스티나 왈라스 하버드 경영대 강사)
미국에서 안정된 직장 대신 ‘꿈’을 좇아 새 출발을 고려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장기화한 동안 쌓인 저축과 가격 폭등으로 몸집을 불린 주식 등 늘어난 자산들이 일부 직장인들에게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할 수 있는 든든한 ‘경제적 안전망’이 되고, 여기에 유연 근무 확산이 반복되는 출퇴근 일상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수요를 증가시키면서 생긴 현상이다.
최근 미 노동시장에서 불고 있는 이 같은 탈(脫)직장 움직임은 자발적이고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노동시장을 덮친 실업대란과는 대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욜로 경제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이 같은 미 노동 시장의 트렌드를 집중 조명했다.
▶美 직장인 2명 중 1명 “연내 이직 고려 중”= ‘욜로’는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한 번 뿐인’ 지금 현재를 살고자 하는 삶의 방식을 가리키는 용어다.
이른바 ‘욜로족’이 지향하는 일상에서 자아 실현과 삶의 질 추구는 공통적인 우선순위로 거론되는데, 최근 미 노동시장에서 나타나는 근로자들의 성향도 이 같은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3월 커뮤니티앱인 블라인드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용자의 절반 수준인 49%가 올해 안에 새로운 직업을 갖겠다고 답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진행한 사내 설문조사에서도 전 세계 직원의 40% 이상이 올해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 근로자의 상당수가 직업적으로 변화를 원한다고 답한 결정적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다. 지난 3월 프루덴셜과 모닝컨설팅이 공동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70% 이상이 ‘왜 현재의 직장을 떠나려고 하냐’는 질문에 코로나19 사태 기간 동안 ‘내가 가진 기술과 능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고 답했다.
하버드 경영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크리스티나 왈라스는 “우리는 지난 1년간 우리가 진짜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면서 “특히 젊은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 대출금을 갚는 인생과 화이트 칼라로서 전통적인 ‘승진 사다리’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다”고 분석했다.
▶든든한 지갑·고용 활기...욜로족 증가의 배경= 팬데믹 기간 동안 쌓인 개인의 경제력은 욜로에 대한 욕망을 현실화하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경제 위기에 맞서 정부가 대규모 부양자금과 실업 수당을 쏟아냈고, 같은 기간 벌어진 유례없는 주식 시장 호황은 일부 근로자들의 지갑을 두껍게 만들었다. 1년여 넘게 소비가 줄면서 덩달아 늘어난 저축도 이들에게 ‘도전’을 감수할 수 있는 경제적 안전망이 됐다.
NYT는 “돈이 있으면서 동시에 일상에 환멸을 느낀 자들이 자아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면서 “팬데믹을 지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큰 위험을 감당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백신 접종이 확대되고, 경제가 서서히 정상궤도에 오르면서 IT 분야 외 노동 시장 전반의 고용 활동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도 욜로족 증가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저널(WSJ)은 1년여 동안 문을 닫았던 미국 요식업계가 운영 재개를 위해 보너스나 학자금 지원을 약속하는 등 구인 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근로자가 갑? 욜로 이코노미, 임금 불평등 심화로 이어질 수도= 더불어 유연근무제가 확산되면서 사측과 근로계약에 있어 근로자의 ‘협상력’도 높아진 것도 욜로 이코노미 트렌드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데릭 에이버리 휴스턴대 심리학과 교수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직장인들이 대유행 이후 유연근무제를 어떻게 더 연장할지 본격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많은 근로자들은 재택근무 등이 종료되면 이직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욜로 이코노미’가 자칫 노동시장의 소득 격차를 심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안정된 직장을 떠날 수 있는 경제력과 유연 근무가 가능한 직무 등은 대부분 고소득 전문직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에이버리 교수는 “이직을 통해 시장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상당수가 백인 전문직 남성들”이라면서 “성별과 학력, 직업 등에 따른 소득 불평등이 깊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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