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한국 여성이 가장 흔하게 발병하는 암은 유방암이다. 유방암은 지난 2017년 전체 여성암의 20.2%(한국유방암학회 2020)를 차지했으며, 특히 50대 이하의 젊은 유방암 환자 증가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유방암 위험성을 낮추는 식습관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예상대로 패스트푸드가 아닌 과일이나 채소, 콩 등이 풍부한 식단이다. 이러한 식품에 많이 들어있는 식이섬유가 유방암을 예방한다는 연구들도 보고되고 있다.
유방암 위험 낮추는 식이섬유
미국 암학회 학술지(2020)에 실린 하버드대학 보건대학원의 메리엄 파비드 영양학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관련 연구 20편을 분석한 결과, 식이섬유 섭취량이 많은 여성은 다른 여성에 비해 유방암 위험이 8%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이섬유 종류별로 살펴보면 수용성 식이섬유가 유방암 위험을 10% 낮췄으며, 불용성 식이섬유는 7% 감소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물에 잘 녹는 수용성 식이섬유는 주로 과일이나 채소, 해조류에 많이 들어있다. 당 성분의 흡수를 지연시켜 혈당 상승을 막고,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를 낮추는 작용을 한다. 불용성 식이섬유는 장을 자극해 장 운동이 활발해지도록 하며, 대변량을 늘리는 등 주로 소화기 계통에 도움을 준다. 통곡물이나 식물의 씨앗이나 껍질, 줄기 등에 풍부하다.
연구팀은 “유방암 위험 감소 효과는 모든 섬유질 섭취에서 작용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과일의 식이섬유는 소화를 도우며 비타민 등 다른 영양소가 풍부하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식이섬유는 젊었을 때부터 충분히 섭취해야
국내에서도 전문의들은 유방암 예방에 식이섬유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부산에서 열린 ‘제2회 핑크하트 캠페인’(유방암 환자들의 심혈관질환 예방과 관리를 위한 캠페인)에서는 식이섬유가 장(腸) 내용물의 통과시간을 단축시키며, 장내 세균의 종류와 대사를 변동시킨다는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 즉 식이섬유가 대장암뿐 아니라 유방암을 비롯한 여러 질환의 발병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식이섬유의 섭취는 젊었을 때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10대 청소년기의 섬유질 섭취가 향후 유방암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하버드의대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소아과학지’에 밝힌 연구(2016)에 따르면 4만4000명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고등학교 시절과 성인기 초기에 섬유질을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은 가장 적게 섭취한 이들에 비해 향후 유방암 발병 위험이 16~20% 가량 낮았다. 연구팀은 “젊었을 때 섬유질을 하루 10g 더 먹을 때마다 유방암 발병 위험이 14%씩 낮아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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