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ㆍ드라마 경계 허문 활동
‘그레이트 코멧’으로 인생 캐릭터
드라마 ‘공작도시’ 촬영중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일단 소개부터 하고 들어간다. ‘나타샤는 어려’, ‘아나톨은 멋있어’. 관객들의 귀에 ‘콱’ 박히는 ‘멋있다’는 한 마디. 뮤지컬은 시작하지만 ‘멋있다’는 아나톨은 등장하지 않는다. 시선을 뗄 수 없는 전개에 아나톨의 존재를 잊을 때쯤 무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며 이 사람을 등장시킬 준비를 한다. “아마도 현존하는 뮤지컬 중 남자 배우가 가장 멋지게 등장하는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그랬다. ‘멋있다’는 아나톨은 최대한 ‘멋지게’ 등장해야 했다. 눈빛과 표정만으로 세상 모든 여자를 사로잡는 바람둥이 아나톨.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원작으로 재구성한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이다. 배우 이충주는 ‘그레이트 코멧’(30일까지·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나쁜 남자 아나톨을 맡아 매회 인생 연기를 쏟아내고 있다.
“이렇게까지 멋있는 역할인지 몰랐어요. 주위에서는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고 축하해주는데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이충주는 “아나톨은 나타샤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극에 갈등을 집어넣는다”며 “전체적으로 극에 잘 녹아있는 조연으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나톨의 ‘멋짐’을 연기하는게 어렵더라고요. 전 제 자신을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스스로 그렇게 믿어버려야 하는 과정이 어렵더라고요.”
‘그레이트 코멧’은 여지껏 본 적 없는 아주 특별한 공연이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없앤 ‘참여형 공연’. 게다가 뮤지컬 배우들은 피아노, 바이올린, 기타 등의 악기 연주를 겸하고, 오케스트라 피트에서만 연주하던 연주자들은 무대 위에서 연기와 노래, 춤을 겸한다.
“지금까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뮤지컬이고, 현존하는 공연 중 가장 파격적인 공연이에요.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관객과 호흡하는 부분이 100인데 지금은 10∼20밖에 안 돼서 아쉽긴 해요. 그래도 공연장에 오면 무대의 화려함에 놀라고,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놀다 가실 수 있는 공연이에요.”
당초 지난해 여름 개막 예정이었던 ‘그레이트 코멧’은 전대미문의 팬데믹으로 갑작스럽게 공연을 멈췄다. 기존 공연과 달리 관객이 참여하는 ‘이머시브’(Immersive) 형식이었기에, 감염병 시대에는 더욱 조심스러웠다. 긴 기다림 끝에 지난 3월 개막한 ‘그레이트 코멧’은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움, 신나는 음악에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한다. 코로나19로 공연은 많은 장면을 수정했다. 기획 단계에선 애초에 코로나19가 등장하지 않았던 때라 수정이 불가피했다. 제작사 쇼노트에 따르면 아나톨의 편지를 나타샤가 건네받는 장면도 관객을 통해 전달하려고 했지만 수정됐고, 객석에서 노래하는 장면은 모두 들어냈다. 술을 마시며 즐기는 ‘발라가’ 신에선 관객들도 물을 마시며 참여하고, 일어나 흥을 즐기도록 기획했으나 이런 장면들은 모두 수정됐다.
작품에선 이충주도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예술 고등학교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만큼 수준급 실력을 갖췄고, 무대에서 연주하는 악기 역시 고등학교 시절부터 쓰던 바이올린이다
“전공자이지만 오랫동안 쉬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제가 연주를 하는 장면이 신나게 놀아야 하는 장면이라거 연습을 많이 했어요. 관객들에게 ‘저 배우가 갑자기 연주하네’라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어요. 하나로 녹여내는 연기를 하고 싶었죠. 연주를 한다고 연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연주를 하다고 연기나 노래를 못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했어요. 잘 놀던 배우가 연주를 해서 흥이 깨지면 안 되거든요. 그 갭을 줄이려 연습을 많이 했어요.”무
무대에서 시작해 10년 넘게 뮤지컬 무대를 발판 삼아 성장하고 있는 이충주는 “뮤지컬은 나의 정체성”이라며 “언제나 내 마음의 고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무대 만큼이나 이충주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기점이 돼준 것은 남성 4중창단을 뽑는 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JTBC)다. 이충주는 ‘팬텀싱어’ 시즌2에서 에델 라인클랑으로 3위에 올랐다. 에델 라인클랑은 지난 4월 종영한 ‘팬텀싱어 올스타전’을 통해 뛰어난 음악성을 보여주며 ‘가장 큰 수혜자’로 이름을 올렸다.
“‘팬텀싱어’ 시즌2 이후의 시간들이 약이 됐어요. 정규 1집을 발매하고 콘서트 한 이후 공백기가 있었고, 멤버들과 만난 시간은 있었지만 음악적인 모습을 보여준 건 많지 않았어요. 공백기 동안 가진 시간들, 삶에 켜켜이 쌓인 경험과 연륜이 뭉쳐 올스타전에선 시즌2 때보다 깊은 음악을 할 수 있게 됐어요. 더 많이 열리고 깨어서 준비하고,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더 단합돼 방송하는 내내 원팀으로 뭉쳐서 할 수 있었어요.”
‘팬텀싱어’는 무대에서만 주로 활동해오던 이충주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그는 “무대만 했던 사람인데 ‘팬텀싱어’ 시즌2 이후 방송의 힘이 엄청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팬텀싱어’는 제 배우 인생의 전환점이 된 프로그램이에요. 제 노래, 연기를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환경이 됐구나 싶어 감사하게 됐어요. ‘팬텀싱어’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됐고, 배우로서 더 탄탄하고 롱런할 수 있게 해온 환경이 만들어졌어요.”
마지막 공연을 앞둔 이충주는 무대를 넘어 TV로도 시청자와 만날 계획이다. 올해 방송 예정인 JTBC ‘공작도시’로 첫 드라마에 도전한다. 그는 “드라마는 예전부터 꿈이었다”라며 “조금씩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싶었는데, 그 꿈이 이뤄져서 걸음을 걸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 죽을 때까지 완성형이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고, 지금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어요. 무대든, TV든, 음악이든 경계를 조금씩 허물고 싶어요. ‘믿보배’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배우,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다면 가장 영광스러울 것 같아요.”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