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月 수천만원 수익보장 5년만의 대목
낮은 진입장벽에 구독자·조회수 경쟁치열
더 ‘독한영상’ 노출 등 자극적 콘텐츠 추천
‘공론의 장’ 순기능속 가짜뉴스 난무 부작용
“중도가 없다”...사실왜곡으로 여론 악영향
5년만의 큰 장이 선다. 4·7 재보궐선거는 ‘서막’이었다.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제 20대 대통령선거는 정치 유튜브엔 몇 년마다 맞는 ‘올림픽’이나 마찬가지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월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대목일 뿐만 아니라, 골수지지자들에 막대한 후원금을 모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른바 ‘떡상’(조회수가 구독자수 등이 급격하게 오르는 현상을 이르는 은어)의 찬스다.
4·7 재보선에 이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 유튜브도 더 뜨거워지고 있다. 긍정적으로는 새로운 공론과 여론의 장으로서 기능하지만, 가짜뉴스와 자극적 콘텐츠, 인권침해가 난무하는 부작용도 크다. 정치권의 한 인사가 작심 발언을 하면 유튜브에서는 “OOO 난리났다”, “폭발했다”는 콘텐츠가 우후죽순 밀려온다. 실제로는 난리난 적도 없고, 폭발한 적도 없는데도 강한 조미료를 첨가한다. 막상 살펴보면 콘텐츠 대부분은 1~5분 안팎이다. 내용도 새로울 게 없다. 자극만 있을 뿐 근거는 없는 낭설을 더하기도 한다.
유튜버들이 정치권에 몰려들고, 이들 중 상당수가 매운 맛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 사이에선 ‘썰’이 중심되는 만큼 콘텐츠를 만드는 데 그나마 품은 적게 드는 한편, 큰 플랫폼 아래 국민 관심도가 높은 영역이라 구독자·조회수를 늘리기는 비교적 수월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풍문으로 손 쉽게 매운 맛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돈을 벌고 영향력을 다지기에 최적의 공간이란 이야기다.
구독자를 노리는 유튜버에게 정치권은 진입 장벽이 낮은 영역이다. 다른 전문 분야처럼 면허·자격증이 없어도 되는 세상이다. 이야기만 풀어내도 콘텐츠의 구색을 갖출 수 있고, 여야의 행보를 따라가면 ‘아이템’ 압박도 없는 편이다. 특별한 장비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다. 실제로 유력 정치인들 근처에선 스마트폰과 삼각대를 들고 활동하는 1인 유튜버를 쉽게 볼 수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치는 범위도 넓고, 확실한 정답도 없다”며 “이슈도 끊임없이 나온다. 유튜브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는 분야”라고 했다.
이렇게 발을 들인 유튜버 중 상당수는 구독자·조회수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매운 맛에 빠져든다.
지난 4월 KT그룹의 디지털 미디어렙 나스미디어가 발표한 15~69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2021년 인터넷 이용자 조사(NPR)’ 결과에 따르면 올해 정보 검색 서비스에 대한 사용률 순위(중복응답)는 네이버(88.1%), 유튜브(57.4%) 순이었다. 유튜브의 순위는 구글(48.6%), 다음(25.4%), 인스타그램(21.2%)보다 높았다. 물이 들어오는 만큼 ‘포장 경쟁’에 더 불 붙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큰일났다”, “뒤집어졌다”는 등 강한 표현에 의존한다. 심지어는 음모론에도 손을 댄다. 각 당의 소장파격 인사가 당 내 쓴소리를 하면 ‘상대 당 입당설’을 확대 재생산한다. 노회찬 전 의원,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유력 정치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데 대해 타살설을 끊임없이 거론하고, 여권 유력 인사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을 공작했다는 식의 주장도 앞세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튜버는 “숱한 정치 유튜버를 보고 ‘저 정도는 나도 하겠다’ 싶어 용돈벌이 차원에서 진출했다”며 “한 정치인의 죽음과 관련, 들려오는 소문을 다룬 콘텐츠를 올렸는데 소위 대박이 났다. 전율이 일었다. 그런 다음부터 나도 모르게 더 맵고 짠 맛을 찾고 있었다”고 했다.
‘맛’을 본 유튜버들은 유튜브 특유의 추천 알고리즘에 현혹되기 쉽다.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유튜브에 오래 머물도록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추천한다. 독한 내용을 다뤄야 노출도가 높아지고, 구독자도 늘릴 수 있다는 공식이 박히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유튜브 특성 상 내용이 편향되더라도 몇만~몇십만의 지지 그룹 눈에만 들어오면 그 자체로 화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유튜버들에겐 정치 분야에서 주목도가 높아지면 돈과 함께 사회적 영향력도 쥘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먼저 발을 들인 정치 유튜버 중 주목도가 높은 채널의 수익은 상당하다. 유튜브 통계분석 사이트 녹스 인플루언서는 이달 초 기준 구독자 141만명의 정치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가 버는 월 수익을 4981만~8663만원으로 점쳤다. 녹스는 유튜브 채널의 조회 수를 기반으로 월 수익과 광고 단가를 추정한다. 다만 이는 예측값일 뿐, 실제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녹스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대기 등을 다루는 구독자 117만명의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의 월 수익은 414만~721만원으로 예측했다. 또, 구독자 85만명의 ‘배승희 변호사’의 월 수익은 5739만~9981만원, 구독자 82만명을 가진 ‘딴지 방송국’의 월 수익을 848만~1475만원으로 예측했다. 녹스 기준 국내 뉴스·정치 분야 유튜버 중 50위권에 있는 ‘조갑제TV’(구독자 41만명)의 월 수익도 620만~1078만원, ‘언론 알아야 바꾼다’(구독자 40만명)의 월 수익도 999만~1738만원으로 예상됐다. 이 가운데 신의한수와 딴지 방송국은 정치 유튜버의 ‘1세대’ 격이다. 두 채널은 거물급 정치인도 무시 못할 만큼의 독보적 팬덤도 갖는다. 때로는 여론을 앞장서 주도한다.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뛰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 등은 최근 신의한수에 출연했다. 박영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딴지 방송국을 통해 전파를 탔다.
한 유튜버는 “비교적 여유 있는 고령층이 정치 쪽에 관심이 많은 만큼, 정치 유튜버가 소위 막대한 후원금을 쾌척하는 ‘큰 손’을 만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며 “나도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한 음모론을 다뤄주면 고액 후원금을 주겠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고 했다.
‘스타성’이 있는 정치 유튜버들은 이를 발판 삼아 다른 영역으로 진출키도 했다. 대표적 사례는 황희두 전 프로게이머다. 현재 구독자 31만명의 유튜브 채널 ‘알리미 황희두’를 운영하는 황 전 프로게이머는 지난 21대 총선에 앞서 민주당 총선기획단·공천관리위원으로 일했다. 당시 황 전 프로게이머의 유튜브 채널 운영 이력이 주목을 받았다. 구독자 61만명의 유튜브 채널 ‘공병호TV’를 운영하는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원장은 그쯤 미래한국당(당시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영입됐다. 이와 별개로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8급 별정직 비서로 영입한 20대도 정치 유튜버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다. 국회의 한 보좌진은 “국회에서 10년 넘게 일하기보다도 정치 유튜버로 성공하는 게 정치권 진출이 용이하다는 자조 섞인 말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치 유튜브의 과열 현상이 양극단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현실 세계를 반영한다고도 했다.
이종훈 평론가는 “정치 유튜브는 시장 자체를 좁게 보고 그 사람들의 기호에 맞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특화될 수밖에 없는 영역”이라고 했다. 정치 유튜브가 우후죽순 늘고, 이와 함께 ‘가짜 뉴스’도 거듭 생산되는 것 자체가 국민의 좌·우 한쪽으로 내몰리고 있는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최진봉 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정치 유튜브가 갖고 있는 특징은 ‘중도 지향’ 방송이 없다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사실이 왜곡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여론 형성에도 악영향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원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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