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고맙지만 탄핵은 정당…‘사면론’ 꺼낼 생각 없다”

“통합의 시발점은 관대함…다른 생각과도 공존해야 가능”

“TK, 이준석 품는다면 윤석열도 합류 주저하지 않을 것”

지난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정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
지난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정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거에 도전하는 이준석 후보가 3일 국민의힘의 핵심 지지기반인 대구경북(TK)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정당했다”고 발언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상태에서 강성 보수 지지층의 ‘역린’인 탄핵 문제를 일단락 하고, 중도층을 아우르는 야권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 합동 연설회에서 “저를 영입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감사한다. 하지만 탄핵은 정당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저를 영입하지 않았다면 저는 이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것”이라면서도 “제 손으로 만드는데 일조한 박근혜 대통령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을 배척하지 못해 국정농단에 이르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을 비판하고, 통치불능의 사태에 빠졌기 때문에 탄핵은 정당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뒤에 이어진 형사재판에서 ‘경제적 공동체론’이 적용되며 대통령에게까지 형사적 책임이 이르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하지만 대법원 판결까지 치열하게 법리를 다툰 사안이기에 그 판단(탄핵)을 존중한다. 오직 그 더욱 엄격해진 법리가 문재인 정부와 그 뒤를 따르는 인사들에게도 적용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많은 당권 주자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통합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두 글자를 계속 외친다고 통합이 이뤄지지는 않는다”며 “통합의 전제조건은 간단하다. 내 생각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선한 사람이고, 애국자라는 것을 입 밖으로 내어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미국 유학시절인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버락 오바마가 이른바 ‘바람잡이 연설자’로 나서 통합의 메시지를 던졌던 점을 거론하며 “신출내기 흑인 상원의원은 4년 뒤 46세의 나이로 미국의 대통령이 됐다”며 “오바마가 외친 통합의 시발점은 관대함이다. 그리고 통합의 완성은 내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고 강조했다.

3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1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이 인사하고 있다. [연합]
3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1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이 인사하고 있다. [연합]

대구경북 시민과 당원들을 향해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제가 탄핵에 관한 이야기를 굳이 꺼내드는 이유는 세상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제가 믿는 대로 탄핵에 대한 제 복잡한 입장이 정치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우리는 큰 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준석의 이런 생각을 대구경북이 품어줄 수 있다면, 우리 사이에서는 다시는 배신과 복수라는 무서운 단어가 통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으나 문재인 정부의 부패와 당당히 맞섰던 검사는 위축되지 않을 것이며 더 큰 덩어리에 합류해 문재인 정부에 맞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국민의힘과 접촉면을 넓히기 시작한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의미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앞서 당내 논란이 일었던 ‘사면론’에 대해서는 “제가 당 대표로 직을 수행하는 동안 공적인 영역에서는 사면론 등을 꺼낼 생각이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어차피 사면은 본인의 판단에 따라 결정하실 분이고 저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공격의 빌미를 줄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저의 사사로운 고마움은 다른 방식으로 갚겠다”며 “저 이준석, 당 대표직을 맡겨주신다면 성실하고 겸손하게 직을 수행해 박근혜 대통령이 이준석을 영입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는 평가를 두루 받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또, “탄핵에 대한 각자의 다른 생각과 공존하실 수 있다면, 우리 당의 대선 경선에 참여할 많은 주자의 다양한 생각을 인정해주시고, 그들을 과거 속에 묶어두지 말아달라”며 “대구 경북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돌풍의 진원지임을 세상이 주목하고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