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삼덕회계법인 회계사 잇따라 기소
회계투명성 요구 높아져 자정 노력에도
관행은 ‘제자리’ 지적
회계 투명성과 공정성을 주창해 온 회계업계가 최근 잇따른 악재로 신뢰성 위기에 몰렸다. 신외감법 도입 등 업계 안팎의 노력이 이어왔지만 회계법인 내 감사는 물론 재무자문 분야 등에서도 회계사들의 부정 의혹이 제기되면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11일 회계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과 관련해 기업가치평가 업무를 수행한 안진회계법인과 삼덕회계법인 회계사가 기소돼 재판을 진행 중이다. 교보생명과 교보생명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 간 풋옵션 논쟁이 단순 가격 분쟁에 그치지 않고 FI와 회계법인 간 부정 청탁 문제로 비화되는 상황이다.
특히 기업가치평가 업무를 수행한 삼덕회계법인 회계사가 안진회계법인의 평가방법과 평가금액을 그대로 인용, 소위 ‘표지갈이’를 감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회계법인 수행 업무에 대한 신뢰도가 급강하했다.
각각 안진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PEA 등 어피너티 컨소시엄의, 삼덕은 어펄마캐피탈의 의뢰를 별도로 수행했지만 같은 기준을 그대로 차용하면서 사실상 FI에 유리한 구도 형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이다.
앞서 이번 논쟁이 단순 풋옵션 가격을 둘러싼 분쟁에 머물렀을 당시에는 가치평가 업무에 대해 “풋옵션이라는 주주 간 계약 사항에 대한 자문 제공시 회계법인을 고용한 FI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주장하던 업계 반응도 점차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회계업계는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등 굵직한 회계 부정 사건 이후 자정 노력을 진행해 왔다. 2018년에는 감사 시간을 늘리고 주기적으로 감사인을 변경, 지정해 외부감사 품질을 끌어올리는 신외감법을 도입해 무리한 영업 등 감사업무 관행을 바꾸는 등 소기의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또 감사인 등록제를 도입해 상장사를 감사하려는 회계법인들의 기준을 높여 감사 품질관리 제고 노력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최근의 회계 스캔들 비화 조짐에 업계는 자칫 쌓아온 신뢰가 무너질까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있는 딜로이트안진은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묵인, 방조한 혐의로 신규 감사업무 수임이 금지됐던 이후 급격히 사세가 축소된 바 있다. 최근 조직을 재정비하며 반등 기회를 노렸지만 다시 터진 악재에 신음하고 있다.
‘업계 5위권’ 회계법인으로 이른바 ‘빅4’ 다음가는 조직력을 보유 삼덕회계법인은 로컬 회계법인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계사 평균 업력이 높고 독립채산제형 조직 문화가 중앙집권적인 품질관리에 용이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공익법인의 회계 투명성 문제도 불거진 바 있고, 연이은 논란을 거치며 회계 투명성·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매우 높아진 상태”라며 “이같은 사회 분위기에서 자칫 한 번의 부정행위로 회계법인이나 업계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 더욱 더 높은 기준의 품질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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