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이하 징역·2000만원이하 벌금형
보완책 마련 않고 당장 이번주 시행
52시간 지키면서 초단기 주문 못맞춰
기업들 “법이 기업수익 포기 족쇄로
직원들도 실질임금 줄어 ‘엑소더스’
업종·개인별 사정따라 융통성 필요”
“지금처럼 계속 공장을 돌렸다가는 회사 문닫는 것은 물론, 주 52시간제 위반으로 범법자 신세가 되게 생겼다.”
“노동집약 업종은 항상 일할 사람이 부족해 난리다. 업종별로 탄력적용 하고 근로자 의사에 따라 초과근무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주 52시간 근로제 전면 시행을 사흘 앞둔 상황에서 50인이하 영세 제조업체 대표들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눈 앞에 닥친 것은 ‘2년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이하의 벌금형’. 이런 실형을 감수하고 지금처럼 공장을 돌릴 지, 법을 지키며 경영악화를 감수해야할 지를 결정해야 한다.
두 선택지 모두 경영자 입장에선 피하고 싶은 경우다. 경영자들의 속이 타들어가는 이유다.
▶뿌리기업들 "회사수익 줄이는 게 주 52시간제"=직원 10명을 둔 인천 소재 사출 금형·성형업체 A대표는 "52시간제 대응을 위해선 매출(사업수익)을 줄일 수 밖에 없다. 현재 인력을 52시간제에 맞춰 운영했다가는 고객사의 주문은 맞춰낼 재간이 없다”고 했다.
"업종 특성상 일거리가 꾸준히 로테이션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 작업량이 그때그때 다르다. 그런데 52시간 시행으로 작업시간이 제한되면 초단기 오더는 받지 못한다. 납품을 못하는 상황이 생기게 된다. 그랬다간 고객사가 떨어나가는 최악의 경우가 생긴다. 그러느니 매출을 포기하더라도 주문을 받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A대표는 토로했다.
A대표는 주 52시간제를 대비해 경영컨설팅을 받을 계획이다. 현재 적용 중인 연봉제를 시급제로 전환하는 고육책을 고려하는 것. 연봉제는 일거리가 없는 기간에도 월급을 똑같이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직원들의 수용여부. 당장 시급제로 전환되면 급여가 줄게 되는데 직원들이 이에 불만을 갖고 회사를 그만둘 수도 있다. 가뜩이나 인력난에 시달리는 현실에서 엎친데 덮친 격이다.
인천 서구 소재 선철주물 주조업체의 B대표 역시 주 52시간제이 인력난을 가중시킨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B대표는 “솔직히 대안이 없다. 52시간제에 맞추려면 대체인력을 고용하라는 게 정부의 의도인 것 같은데, 현재 인력도 채우기 힘들 상황에서 어불성설”이라며 “가뜩이나 외국인 근로자 수급도 막힌 상황에서 어떻게 하라는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직원 엑소더스’ 현실화…‘인건비 부메랑’ 맞은 조선기자재 업계=조선기자재 업계는 ‘직원 엑소더스’와 이를 막기 위한 ‘인건비 부메랑’이란 이중 악재에 맞닥뜨렸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잔업, 야근, 특근이 줄 수밖에 없다. 그럼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낮아지게 된다.
실제 부산지역 한 조선기자재 업체 C사에 따르면, 조선경기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는데도 지난 2월부터 인건비가 예년보다 20% 줄었다. 300인이하 사업장에 대한 52시간제 계도기간이 끝난 이후부터 근로자들의 잔업이 사라지면서 추가 급여비용도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질임금이 줄어들자 근로자들이 ‘엑소더스’가 심화된다는 것. 회사를 빠져나간 직원들이 눈을 돌리는 곳은 노사협의에 따라 주 60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이 마련된 30인 이하 사업장들이다. 기존과 같이 실질임금을 보전하려면 ‘투잡’을 해야 할 판이니 아예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최금식 부산조선해양기자재조합 이사장은 “요즘 라이더를 해도 한 달에 500만원을 번다는데, 개인 의지와 상관 없이 근로시간 줄여서 임금 적어지는 걸 어느 근로자들이 받아들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직원 엑소더스는 결국 사업체에 인건비 부담으로 돌아오게 됐다. 경남의 조선기자재업체 D사는 올해 숙련근로자 임금을 8% 넘게 올렸다. 이례적으로 높은 임금인상률이지만 “가뜩이나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는데, 숙련근로자를 붙잡아 두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고 D사 측은 전한다.
최 이사장은 “조선은 노동집약 산업인데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는 게 항상 문제다. 업종별로 탄력 적용을 하고, 개인 사정에 따라 초과근무 여부 등을 협의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유재훈·도현정 기자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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