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정년연장 두고 평행선

투싼·아이오닉5 등 생산차질 불가피

파업 강행 시 한국지엠·르노삼성으로 확산 우려

현대차 노조가 지난 7일 진행한 파업 찬반 투표에서 83.2% 찬성률로 가결함에 따라 3년만에 무분규 타결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 5일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올해 임단협 관련 쟁의발생 결의를 위반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 노조가 지난 7일 진행한 파업 찬반 투표에서 83.2% 찬성률로 가결함에 따라 3년만에 무분규 타결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 5일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올해 임단협 관련 쟁의발생 결의를 위반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3년 만에 파업 수순을 밟으면서 가뜩이나 반도체 수급난으로 최대 6개월 가량 출고가 밀려있던 인기차종의 고객인도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또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한국지엠이나 르노삼성자동차로도 번질 가능성도 있어 자동차 업계 전체 업황 회복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8일 현대차 노사에 따르면 노사 양측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임금 인상은 물론 정년 연장과 국내 생산 물량 등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올해 교섭에서 노조는 임금 9만9000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성과금 30% 지급, 정년연장(최장 만 64세), 국내 공장 일자리 유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는 기본급 5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100%+30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200만원, 10만원 상당 복지 포인트 지급 등을 지난달 30일 제시했으나 노조는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했다.

노조 측은 쟁의행위 결의문을 통해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조합원이 큰 결단을 내린 덕분에 회사는 위기를 넘기고 전세계 어느 자동차 회사보다 안정적인 성장을 했던 만큼 올해 단체교섭에서 5만 조합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성과보상을 통해 자존심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하언태 현대차 사장은 사내 메시지를 통해 "회사 측은 1차 제시안임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3년 내 최고 수준, 성과금 및 일시금은 작년 최종 타결 수준을 넘어서는 결단을 했다"며 물러서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오는 12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이 나올 경우 노조는 파업을 위한 선결조건을 모두 갖추게 된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당장 현대차 신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이 출고 지연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투싼과 아이오닉5 등 최근 출시된 신차는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인해 6개월 이상 출고가 밀려있는 상태다. 투싼의 경우 생산 대기물량이 3만2000여대에 달한다. 포터는 4개월, 아반떼와 코나, 스타리아 등도 3개월 가량 출고가 밀려있다. 팰리세이드와 GV70은 2개월 가량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전기차의 경우 파업에 의한 생산차질의 타격이 더 크다.

아이오닉 5의 경우 최근에야 전기모터 생산이 일부 정상화되면서 월 생산량을 4000대로 끌어올렸지만 파업으로 다시 생산 차질을 빚을 경우 고객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7월부터 기아 EV6, 쉐보레 볼트 EV·EUV, 메르세데스-벤츠 EQA 등 쟁쟁한 경쟁 모델이 출시되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추가 경정예산안 편성으로 전기차 보조금 예산을 늘렸지만 올해 전기차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만큼 출고가 늦어져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아이오닉 5 계약자들이 계약을 취소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7일 출시된 제네시스의 첫 전기차 G80 전동화 모델 역시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우려에 계약이 예상만큼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금속노조 최대 노조인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면 완성차 업계로 쟁의행위가 급속도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지엠은 이미 지난 5일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해 조합원 76.5%의 동의를 얻었다. 교섭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노조는 중노위에 노동쟁의조정을 신청하고 파업을 강행할 태세다.

르노삼성차는 아직 지난해 임단협도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4월에는 노사 양측이 전면 파업과 부분 직장 폐쇄로 갈등을 빚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내수 판매량이 일제히 하락한 상황에서 연쇄 파업으로 수출까지 차질을 빚는다면 오랜만의 업황 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