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웃고 있는 큰 입을 가진 ‘동구리’로 구글의 아티스트 프로젝트에 선정되는 등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권기수(b.1972) 작가는 전통적 미감과 현대적인 조형성을 절묘하게 융합해 독특한 정체성이 담긴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분수를 그리려는데 난초를 칠 때와 같은 필법을 구사하고 있었다”는 작가는 전공 분야인 동양화의 정신과 철학을 여전히 캔버스에 담는다. 사군자나 무릉도원 등 전통 수묵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를 배치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이야기와 풍자를 덧입히는 것이다. 붓질 자국이나 마티에르를 찾아보기 어렵도록 매끈하게 잘 정돈된 화면과 기하학적이고 단순한 기호들은 디지털 아트를 연상시키고, 컴퓨터 시스템이나 조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작업 과정은 팝아트의 표준 정량화된 제작 방식을 차용한 파격적인 시도다.
박진영 헤럴드아트데이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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