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과세 부담, 2023년의 2.45배
“탄소 배출 저감 기술혁신을” 한목소리
정부, 철강·알루미늄 기업 등 긴급점검
정책연구용역 거쳐 대응책 수립 계획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법안을 발표한 가운데 우리 정부가 이에 대한 산업계 영향을 긴급 점검키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오후 박진규 차관 주재로 철강·알루미늄 기업 임원들과 화상 간담회를 열어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앞서 EU는 한국 시각으로 전날 오후 늦게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 법안을 발표했다. 이 제도는 EU로 수입되는 제품의 탄소 함유량에 EU ETS(탄소배출권거래제)와 연계된 탄소 가격을 부과해 징수하는 조치다. EU 집행위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2035년부터 EU 내 신규 휘발유·디젤 차량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정책 패키지를 제안했다. 2030년부터 신규 차량의 CO₂배출을 2021년 대비 55% 줄이고, 2035년부터는 100% 줄이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에 따라 2035년부터 등록되는 모든 신차는 탄소 배출량이 ‘0’이 될 것이라고 EU 집행위는 밝혔다. 또 EU 탄소배출권거래제(ETS) 시장 개편으로 교통·건설 부문에도 탄소 배출 비용을 부과하고 선박도 처음으로 ETS에 포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국내에선 철강·알루미늄·자동차 제조 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철강의 대(對)EU 수출액은 15억2300만달러, 수출물량은 221만3680t으로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기 등 5개 품목 가운데 가장 많았다. 알루미늄이 수출액 1억8600만달러, 수출물량 5만2658t으로 뒤를 이었다. 비료는 수출액 200만달러, 수출물량 9214t에 그쳤다. 시멘트와 전기는 수출액이 ‘0’이었다.
그린피스가 EY한영에 의뢰해 작성한 ‘기후 변화 규제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으로 우리나라가 지출하는 비용은 약 2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 2019년 기준 주요 업종 수출액의 0.97%에 해당하는 규모다.
2030년에는 과세 부담이 2023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보고서가 추정한 2030년 총 탄소국경세는 2023년보다 2.45배 증가한 약 7100억원이다. 과세 비율은 2019년 수출액의 2.38%를 차지한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과 석유화학이 각각 수출액의 약 12%, 5%를 탄소국경세로 지출할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 혁신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탄소저감제도를 근거로 EU 탄소국경제도 적용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정부가 가장 큰 영향이 예상되는 철강 분야에 정책연구용역을 거쳐 대응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국내 기업들도 잰걸음이다. 대표적으로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전략에 따라 2030년부터 신규 차량의 CO₂배출을 2021년 대비 55%, 2035년부터는 100% 줄일 계획이다. 2035년부터는 사실상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실장은 “기후 변화 대응 차원에서 철강을 비롯한 국내 제조 기업들의 기술 개발은 꾸준히 이뤄져 왔다”며 “3년의 전환 기간을 거쳐 2026년 전면 도입될 예정인 만큼 강도 높은 R&D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배문숙·정찬수 기자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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