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코로나 19로 지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장애인 김홍빈도 할 수 있으니 모두들 힘내십시요!”

한국시간 18일 밤 9시쯤, 히말라야에서 장애인 세계최초 14좌 등정 성공이라는 무선통신이 대한장애인체육회 등에 긴급히 전해졌다.

모두가 환호를 지르고 난 뒤, 열 손가락 없는 장애인 산악인 김홍빈(56) 대장은 코로나로 힘겨운 국민을 위로하고 용기를 갖자는 메시지부터 전했다.

김홍빈 대장이 가셔브룸1봉을 정복한 지 꼭 2년만에 브로드피크(8047m)에 오르면서,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에 마침표를 찍었다. 장애인으로서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것은 세계 최초의 기록이다.

김홍빈 대장이 2019년 7월 히말라야 14좌 중 13봉째 가셔브룸1봉을 등정한뒤 여유있는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당시 원정대 나정희 대원 제공]
김홍빈 대장이 2019년 7월 히말라야 14좌 중 13봉째 가셔브룸1봉을 등정한뒤 여유있는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당시 원정대 나정희 대원 제공]

한국의 자랑이자 희망의 상징인 김홍빈 대장은 ‘Permission to Dance’ 노래에 국제 수어를 넣어 전세계인의 심금을 울린 방탄소년단(BTS)에 이어, 한국인으로서 세계 장애인들에게 감격의 성취감을 준 영웅으로 떠올랐다.

14좌 완등은 비장애인까지 포함해도 국가별 공동 1위가 된 한국에선 7회, 세계에선 44회 밖에 되지 않는다. 엄홍길, 박영석, 김재수, 한왕용, 김창호, 김미곤이 완등한 바 있다.

2021 김홍빈 브로드피크 원정대(단장 정원주 중흥건설그룹 부회장)와 문체부·대한장애인체육회·신협 등 후원기관들에 따르면, 원정대는 현지 시간 18일 오후 4시 58분(한국 시간 오후 8시 58분)에 브로드피크 정상 등정에 성공했다.

지난 6월1일 광주장애인국민체육센터에서 브로드피크 원정대 발대식을 가진지 48일 만이고 같은 달 14일 출국한지 34일 만이다. 2년째 영암 월출산 등지에서 암벽, 설산 등반훈련을 했다.

김홍빈 대장이 지난4월 영암 월출산에서 암벽훈련을 하고 있다. [김홍빈 대장 제공]
김홍빈 대장이 지난4월 영암 월출산에서 암벽훈련을 하고 있다. [김홍빈 대장 제공]

현지 및 고소 적응을 마친 뒤, 2주 동안 컨디션을 조절한 원정대는 지난 14일 본격적인 등정을 시작했다. 원정대는 16일 캠프3(7100m)까지 진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후 극심한 폭설과 잦은 크레바스(눈덩이 또는 빙하가 깨어져 내릴 때 생기는 틈)로 어려움을 겪어 당초 목표로 한 시점도 하루 가량 지체했다.

외국 원정팀은 계속 캠프3에 머무른데 비해 한국 원정대는 해발고도 기준 100m를 더 전진해 캠프4를 설치, 강한 의지를 보였다.

기상상황을 엿보던 원정대는 17일 밤 11시(한국시간 18일 오전 3시) 다시 정상을 향해 출발, 18시간 연속 등반을 펼친 끝에 1.8㎞의 서쪽 능선을 통해 브로드피크 정상에 올랐다.

김홍빈 대장은 27살이던 1991년 알래스카의 북미 최고봉 데날리(6194m) 단독 등반에 나섰다가 조난을 당해 극심한 동상 때문에 열 손가락을 모두 절단해야 했다.

김홍빈 대장이 가셔브룸1봉 등정에 성공한 모습
김홍빈 대장이 가셔브룸1봉 등정에 성공한 모습

우울감과 좌절감에 빠져 살던 김홍빈은 다시 산에 오르기 시작해 2006년 가셔브룸2봉부터 14좌 완등을 시작했다. 2009년엔 7대륙 최고봉을 완등하는 기록을 세웠고, 결국 히말라야 14좌 완등의 꿈은 가셔브롬2봉 이후 15년만에 이뤄지고 말았다.

이번 브로드피크 원정대는 김홍빈 대장과 유재강(등반대장), 정우연(장비·식량), 정득채(수송·포장)로 구성됐으며, 정상 공격조에는 김 대장 외에 정득채 대원과 임디아즈, 후세인, 유습, 마하디 등 4명의 고소 포터가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김홍빈 원정대의 국내 훈련 과정과 정상 등정 및 원정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인터넷 방송 및 KBS1TV에서 2021년 9월 추석 연휴 중 방영할 계획이다.


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