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한류 열풍, 한류스타 따라하는 ‘K-다이어트’ 인기
미국 유력 매체들, 한식 다이어트 조명
체중감량에 좋은 건강식 조건 갖춰
한식이라도 메뉴·조리 선택이 중요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탄수화물을 그토록 미워하던 일명 ‘저탄고지(키토제닉·탄수화물은 적게 지방은 많이 먹는 식단)’의 열기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고지방 섭취에 대한 의학계 경고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높아진 건강 인식 때문이다. 무조건 살을 빼려는 목적보다 이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면역력을 지키면서 체중을 감량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건강식을 통한 다이어트 붐, 그리고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으로 대표되는 한류 열풍에 힘입어 자신이 좋아하는 한류스타가 먹는 한식을 통해 다이어트를 따라하겠다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 이른바 ‘K-다이어트’다.
‘K-다이어트’는 왜 인기가 높아졌을까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 2위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전 국민이 들썩거렸던 2012년이었다. 하지만 최근 BTS의 빌보드 1위는 마치 국내 음악 프로그램 순위를 차지한 것처럼 이전보다 많이 익숙해진 분위기다. 그만큼 거세진 BTS 열풍으로 멤버들이 김치를 담그는 방송이나 한식당에서 찍은 사진 등이 확산되며 한식의 인기도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동남아는 물론 미국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미국의 최대 맛집 검색·평가 앱인 ‘옐프(Yelp)’ 조사를 인용, ‘2020년 미국을 선도할 가장 핫한 음식’으로 ‘한식’을 꼽았다. 옐프는 “최근 한식 수요의 폭발적 증가에 BTS 인기가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각국 매체가 한식을 ‘건강식’으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한식이 비교적 ‘저칼로리 건강식’이라고 보도되면서 이 때문에 다이어트 식단으로도 자주 언급됐다. 미국 매체 헬스라인은 ‘한식 다이어트’ 식단 평가에 ‘단기 체중 감량 효과’는 3점(5점 만점)을 줬으나 ‘장기적 체중 감소 효과’와 ‘영양 품질’ 측면에서는 4점을 주며 높게 평가했다.
미국 NBC 계열 매체인 ‘투데이닷컴’ 또한 ‘한류스타들이 사랑하는 한식 다이어트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인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K-팝 스타들이 인터뷰에서 소개한 한국식 다이어트를 집중 분석했다. 이 기사에서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유명 영양사인 크리스틴 커크패트릭(Kristin Kirkpatrick)은 ‘K-다이어트’의 장점으로 “통곡물과 식물성 식품, 그리고 발효식품을 강조한 한식 패턴을 잘 따라할 경우 체중감량과 전반적인 건강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미국보다 비만율이 낮은 국가”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식재료·발효식품·조리법’ 한식 다이어트의 요소
커크패트릭 영양사는 ‘K-다이어트’를 실행하기 전, 한국 ‘전통 식단’의 식재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식에는 현미, 잡곡밥과 함께 다양한 색감을 지닌 채소, 그리고 두부, 콩 등의 식물성 단백질이 들어 있다며 이는 “다이어터에게 충분한 영양을 공급해준다”고 설명했다.
식물성 식재료와 함께 해외 매체들이 특히 주목하는 K-다이어트의 요소는 코로나19 이후 장 건강으로 주목받은 ‘발효식품’이다. 장 건강은 최근 다이어트와의 관련성이 커진 분야다. 장내 ‘나쁜’ 세균이 우세하면 식욕 억제 호르몬(렙틴) 기능이 저하돼 과식이 유발된다는 연구결과(미국 캘리포니아 다비스의대) 등 관련 논문들이 이어지고 있다.
‘조리법’에서도 한식은 서양식과 차이가 있다. 전통 한식은 튀기거나 기름진 음식보다 찌거나 데치는 등의 조리가 많다. 같은 식재료라도 칼로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전통 기름인 참기름과 들기름은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착한’ 오일이지만 서양요리에 사용되는 버터나 라드(돼지기름)는 동물성 기름으로, 포화지방산이나 트랜스지방이 많다.
가공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도 유리하다. 전통 한식은 햄버거와 같은 패스트푸드와 달리 가정에서 직접 요리하게 되는 음식들이 많다. 이는 설탕과 소금, 기름, 인공 첨가물 사용을 줄이면서 체중감량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로 한식의 다이어트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농촌진흥청과 서울대의 공동 연구는 해외 저명한 영양학회지 ‘뉴트리언츠(Nutrients, 2019)’에 게재됐다. 4주간의 실험결과, 한식이 서구화된 식사보다 체중감량에 더 효과적이었으며, 총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과 장내 유익균 증가 등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한식이라도 음식 선택이 중요”
이 연구에서 제공된 한식은 밥+국·찌개+김치+반찬 2가지의 기본 구성으로 우리가 먹는 일상 밥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은복 글로벌365mc대전병원 영양사는 “전통 한식은 탄수화물, 단백질, 야채가 영양균형을 이룬 식단으로, 체중감량도 가능하다”며 “포만감도 높아 간식의 섭취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한식에서도 음식 선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전 영양사는 “떡이나 국수, 떡볶이와 같은 음식은 혈당을 빠르게 높여 지방 합성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섭취 빈도를 줄이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젓갈류, 게장 등 짠 음식도 제한해야 한다. 짠맛의 음식은 부종의 원인인 동시에 식욕 상승을 통해 다이어트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영양사는 장류 또한 소량으로 줄일 것을 권하면서 쌈장 이용 시 으깬 견과류와 두부를 섞으면 더욱 건강하다고 소개했다. 이어 “밥의 경우 현미, 잡곡밥으로 먹거나 쌀에 버섯, 무, 콩나물, 취나물 등을 함께 넣으면 다이어트와 영양보충에도 도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