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러·EU 모두 탈레반과 대화는 불가피
패권 자존심 상처난 미국, G7 정상회의 소집
EU는 아프간 개발원조 자금 지급에 조건 걸어
아프간 재건 눈독 들인 中 ‘신장 리스크’ 우려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을 합법 정부로 인정할 것인지를 놓고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EU) 등이 같은 듯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탈레반과의 대화 채널은 열어놓고 있지만, 합법 정부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한편 각국 이해관계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아프간 사태로 세계 패권국으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데다 아프간전에 참전한 유럽 동맹국의 테러와 난민 증가 우려를 달래야 하는 임무까지 떠안게 됐다. 이에 따라 당분간 탈레반 견제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7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탈레반의 합법 정부 인정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답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탈레반이 첫 기자회견에서 변화를 천명한 데 대해 “탈레반이 국민의 권리를 존중하겠다고 한다면 우리는 그들이 말한 것을 지키기를 기대할 것”이라고 했다.
탈레반이 무력으로 정권 장악 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종전의 강경론보다 완화했지만 미국의 불신과 반감은 여전히 매우 크다.
유럽 역시 탈레반과의 대화 채널은 열어놓았지만, 조건부 지원 방안을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EU 외교 수장인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이날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과 대화하되 기본권 존중 등 조건을 이행할 때만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또 아프간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 자금 지급을 중단했다. 아프간이 다시 지원 받으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과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조건으로 걸었다.
아울러 EU는 아프간 이웃 국가들이 난민과 이주민 유입 증가에 따라 예상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처하는 방안도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세계의 타국 내정 간섭을 비판해온 중국과 러시아는 아프간 문제 대응에 협력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국은 아프간 재건사업 등에 눈독을 들이며 적극적인 반면, 러시아는 탈레반과의 거리 두기에 나선 모습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전화 통화하며 아프간 문제에 협력하기로 했다. 또 탈레반이 자국민을 보호하고 온건한 종교정책을 취해 테러리즘 근절에 나서도록 동시에 압박하기로 했다.
특히 중국은 탈레반과 협력하며 내전으로 붕괴된 아프간 도시 재건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 중국 당국이 아프간 내 이권을 추구하면서도 신장 위구르 분리·독립 세력인 동투르크이슬람운동(ETIM)과 탈레반이 역사적 연계가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소련 시절 아프간을 침공했다가 큰 손해를 입은 경험이 있는 러시아는 아프간 문제에 대해 유보적 입장이다.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전날 “탈레반을 합법 정부로 인정하는 일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어떤 정치적 행보를 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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