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최 없이 외교부 앞에 30여명 모여 회견

“한국에 협조한 이유로 현지 가족들 죽임 당할 위기”

현지 억류 협력자 가족들 구출 외 난민 신청도 호소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청사 앞에서 재한 아프가니스탄 한국 협력자 가족들이 아프가니스탄 한국 협력자들의 구출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 전 손 피켓을 나눠주고 있다. [연합]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청사 앞에서 재한 아프가니스탄 한국 협력자 가족들이 아프가니스탄 한국 협력자들의 구출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 전 손 피켓을 나눠주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재한 아프가니스탄 한국 협력자 가족 30여 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을 도운 아프가니스탄 협력자 가족들이 현지에서 빠져 나올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신속히 조치해 줄 것을 촉구했다.

재한 아프가니스탄 한국 협력자 가족들은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앞에서 회견을 연 뒤 외교부 인근에서 간격을 띄운 채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에 사는 가족들이 한국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탈레반에게 죽임을 당할 위기에 처해 가족을 살려 달라고 한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호소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은 특정 단체에서 주최하지 않고, 국내에 거주하는 아프가니스탄인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자는 의견이 모여 성사됐다. 선교사인 나심 씨는 “아프간에 남겨두고 온 가족들이 걱정돼 한국 정부의 도움을 요청하고자 지난주 혼자 외교부를 찾은 적이 있다”며 “혼자 말하는 것보단 여럿이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전국 각지에서 모이게 됐다”고 했다.

회견을 주최한 아프가니스탄 협력자 가족들은 자신이나 가족이 아프간 주재 한국 기업·NGO(비정부기구)·교회 등에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이다. 이들은 “우리는 미군 군사기지를 건설하던 한국 기업에 종사했거나, 한국 NGO에 협력한 본인이자 그 가족이고 탈레반에 의해 박해당하는 하자라 종족”이라며 “한국 정부의 구출자 목록에 가족이 배제돼있는 사실을 알고 당황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아프가니스탄에 해외에서 구출을 위한 비행기들이 온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모든 나라가 자국에 협력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구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도 모든 협력자를 구출해 주길 요청한다”고 했다.

아프가니스탄에 억류된 가족에 대한 구출을 촉구한 것 외에도 이들은 한국이 아프가니스탄인에 대한 난민 신청을 받아줄 것을 부탁했다. 이들은 “이제 돌아갈 나라가 없어진 재한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의 난민 신청도 너그러이 받아준다면 한국 사회에 보답하는 아름다운 협력자가 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관련 공장에서 일하는 아짐(37) 씨는 2008년 한국에 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부모님과 친구들 모두 아프가니스탄에 있는데 탈레반 때문에 모두 무서워하고 있고 일도 하지 못하고 집에만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여자들은 매우 두려워하고 있고, 부르카 가격이 너무 올라 걱정하고 있다”며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다른 나라에서도 비행기를 보내 구출을 돕고 있는 만큼 한국도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호택 국제난민지원단체 피난처 대표는 “오늘 기자회견 참석자 대다수는 아프간의 다수를 차지하는 파슈툰족에게 박해받는 하자라족”이라며 “가장 걱정하는 건 아프간 내 미군 기지 건설을 도운 이들을 비롯한 군 관련 협조자, 개종자, 교회 협조자, 여성들이다. 한국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