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제티 ‘사랑의 묘약’ 원작…키즈 오페라 ‘푸푸아일랜드’
오페라의 본질 지키며 안무·연기 다양한 변화
“재밌는 오페라 만들기 위한 도전”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손 세정제를 높이 들어올린 테너 김지민(네모리노 역)의 얼굴에 환희가 가득 찼다. 코로나19 시대의 필수품인 ‘손 세정제’의 역할은 ‘신비의 명약’. 이 약 한 병이면 오래 품은 짝사랑이 이뤄질 거란 생각에 한껏 들떴다. ‘사랑의 묘약’을 마신 네모리노는 기쁨을 주체할 수가 없다. ‘역주행의 아이콘’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허리춤과 가오리춤을 추며 한껏 들뜬 마음을 표현한다. 격렬한 몸놀림에도 음정엔 흐트러짐이 없다. ‘푸푸아일랜드’ 연습이 한창인 라벨라 오페라단엔 웃음소리가 가득 찼다. “팔은 더 크게”, “더 약올리는 표정이랑 행동이면 좋겠어.” 안주은 연출가는 오페라 가수의 표정, 손짓, 동선까지 촘촘하게 확인한다.
‘푸푸아일랜드’(8월 27일~9월 5일, 예술의전당)는 도나제티의 ‘사랑의 묘약’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각색(작곡가 서순정)한 키즈 오페라다. 코로나 시국의 공연계에서 어린이 관객을 겨냥한 작품은 성공이 어렵다. 감염병의 위험으로 부모들이 공연 관람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도 ‘푸푸아일랜드’는 지난해 5월 초연, 센세이션을 불러왔다.
‘푸푸아일랜드’는 오페라의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어린이는 물론 오페라 입문자인 성인들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요소들을 채워 넣었다.
연출을 맡은 안주은은 “오페라도 어렵지 않고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를 많이 했다”며 “오페라의 형식과 본질을 지키면서 연출과 안무, 연기 등의 양념을 넣어 이질감 없이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의 흥행으로 ‘푸푸아일랜드’ 측은 어린이 오페라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예술총감독을 맡은 이강호 라벨라오페라단 단장은 “키즈 오페라의 경우 공연 시간이 길거나 넘버가 너무 많으면 아이들이 지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 연출가 역시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들의 수준이 높다는 것을 확인한 계기였다. 피드백이 즉각적인 만큼 가장 무서운 관객은 아이들이다. 작품만 재밌게 만든다면 어린이 관객도 긴 시간 집중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시 오르는 ‘푸푸아일랜드’는 당초 50분 분량이었던 공연을 60분으로 늘렸고, 원곡 넘버도 추가했다. 아디나와 네모리노가 함께 부르는 이중창 ‘신비한 약 이제는 내 것이 됐네’다. ‘푸푸아일랜드’는 오페라의 형식을 갖춘 만큼 음악으로 스토리를 전개한다. 특히 원작인 ‘사랑의 묘약’ 속 노래 비중이 90%나 된다. 공연의 시작과 끝에 등장하는 ‘신비한 무지개 나라로’와 ‘푸푸송’만 새로 작곡한 곡이다.
작품은 오페라가 어렵고 불편한 장르라는 편견을 완전히 깼다. 성악가들은 탄탄한 음악성을 기반으로 연기, 안무 등 모든 면에서 파격적이라 할 만큼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많은 오페라에서 성악가들이 정자세로 노래를 불러 왔다면, ‘푸푸아일랜드’에선 동작도 많고, 안무도 많다. 자연스러운 무대를 위해 뮤지컬 배우가 앙상블로 참여, 주조역을 맡은 성악가들과 조화를 이루게 한 것도 색다른 시도다. ‘재밌는 오페라’를 만들기 위한 도전이었다.
이강호 단장은 “성악가들이 노래와 안무, 연기를 겸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며 “오페라에선 음악은 변하지 않지만 연출기법, 접근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마련이다”라고 강조했다.
기존의 어린이 오페라가 동화를 주제로 성인들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한 반면, 아이들의 시선에 맞춘 ‘푸푸아일랜드’는 새로운 시도로 오페라계에도 신선한 바람이 됐다. 지난해 공연 당시엔 매진 행렬을 이었다. 키즈 오페라를 통한 오페라 입문은 다른 작업으로도 자연스럽게 진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안주은 연출가는 “‘푸푸아일랜드’는 ‘키즈 오페라’라는 타이틀이 붙었지만, 아이들은 물론 성인들도 처음 봐야 할 오페라다”라며 “‘푸푸아일랜드’가 내 생애 첫 오페라로 기억돼 다른 작품으로 진입하는 단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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