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삼성그룹은 ‘투자·고용 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이를 통해 향후 3년간 24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이 기간에 청년 고용 문제해결을 위해 4만명을 직접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통상적인 채용 계획으로는 향후 3년간 3만명을 고용할 예정이었으나 첨단산업 위주로 1만명을 증원했다. 여기에 대규모 투자에 따라 56만개에 달하는 국내 일자리 창출 효과가 발생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9월 중에 삼성그룹 3급 대졸 신입사원 정기 공개채용(공채) 전형이 시작된다. 삼성전자·삼성SDI·삼성생명·삼성물산·제일기획·삼성전기·삼성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가 대부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유례 없는 취업난으로 신음하는 청년 취업준비생들에게 이번 발표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기업 경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소·중견기업뿐 아니라 상당수 대기업도 직원 채용방식을 공채에서 수시모집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부터 상·하반기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직무별 수시채용 제도를 도입했다. LG그룹도 지난해부터 정기 채용을 없애고, 연중 상시 채용으로 전환했다. SK그룹은 올해까지만 수시 채용과 그룹 차원의 공채를 병행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사실상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삼성만 공채를 유지하게 되는 셈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투자·고용 방안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에 대한 ‘화답 차원’이라고 풀이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삼성의 선대 회장들로부터 이어진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이 그대로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삼성의 창업이념인 ‘사업보국’은 기업 활동으로 국가와 인류사회에 공헌하고 봉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정신은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과 아들인 고 이건희 회장을 거치면서 오늘날의 글로벌 삼성을 만든 근간으로 평가받는다.
취준생들에게도 글로벌 기업 삼성은 ‘꿈의 기업’으로 꼽힌다. 취업플랫폼 잡코리아가 최근 4년제 대학 대학생 및 취준생 692명을 대상으로 ‘가장 취업하고 싶은 그룹’에 대해 조사한 결과, 삼성은 응답률 45.4%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카카오는 42.6%를 기록했고 네이버(25.6%), CJ(20.4%), 신세계(15%) 순으로 집계됐다. 해당 기업 선택 이유로 취준생들은 “복지제도·근무환경·연봉 수준을 고려했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일자리 창출’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경제대통령이 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후보도 있고, 일자리 재분배를 통해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후보도 있다.
근본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는 정부가 아닌 민간 기업에서 나온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공공에 치중된 고용 증가는 국가 재정 악화와 미래 세대의 조세 부담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가의 창업 정신과 같은 장기적인 안목·철학이 정치인들에게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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