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준비과정

18개월간 빌리스쿨서 자신감 충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선 160분의 러닝타임 중 어린이 주인공인 빌리가 무대 위에서 춤추고 연기하는 시간은 140분이나 된다. 완벽한 빌리를 보여주기 위해 네 명의 빌리가 준비한 시간은 무려 1만 3488시간이다.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선 160분의 러닝타임 중 어린이 주인공인 빌리가 무대 위에서 춤추고 연기하는 시간은 140분이나 된다. 완벽한 빌리를 보여주기 위해 네 명의 빌리가 준비한 시간은 무려 1만 3488시간이다. [신시컴퍼니 제공]

1만 3488시간, 562일, 약 18개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 ‘1만 시간의 법칙’도 뛰어넘었다. 이제 소년들이 날아오를 시간이다. 노래를 부르고, 발을 굴렀다. 탭 댄스는 기본, 아크로바틱에 고난도 발레 동작도 거뜬하다.

“겁이 많았는데 연습을 하면서 두려움은 사라지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김시훈)

배경은 1984년 영국 북부의 탄광촌. 우연히 만난 발레를 통해 빛나는 재능을 발견한 빌리 엘리어트의 성장기를 담았다. 국내에선 동명의 영화로도 인기를 모았다. 뮤지컬로는 2017년 이후 4년 만의 귀환이다.

‘빌리 엘리어트’(8월 31일~2022년 2월 2일까지·디큐브아트센터)는 준비기간이 유달리 긴 작품이다. 빌리를 뽑는 과정부터가 이 작품의 시작이다. 첫 오디션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간 3차에 걸친 오디션을 통해 ‘4명의 빌리’ 김시훈(12), 이우진(13), 전강혁(13), 주현준(12)이 뽑혔다.

160분의 러닝타임에서 어린이 주인공인 빌리가 무대 위에서 춤추고 연기하는 시간은 140분이나 된다. 무대에서 90%에 달하는 분량을 소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제작사 신시컴퍼니에선 ‘완벽한 빌리’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1년 3개월간의 ‘빌리 스쿨’을 운영했다. 일주일에 6일, 매일 6시간씩 마스크를 착용한 채 기초체력을 위해 필라테스를 배웠고, 공연의 안무를 위해 발레, 탭 댄스, 아크로바틱을 익혔다. 리듬감 훈련과 몸의 움직임을 위해 재즈댄스, 현대무용을 배웠다. 80페이지가 넘는 대본과 가사를 외우고 ‘빌리’의 감정을 쌓았다. 샤프롱(보살펴 주는 사람)과 전문 피지오(물리치료사)가 함께 하며 어린이 배우들을 살폈다.

공연 13주 전부턴 실제 무대에서 연습하기 위해 대극장을 빌렸다.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는 “고양 아람누리 대극장을 대관해 실전 무대처럼 똑같이 만들어 연습실처럼 사용했다”고 말했다.

공연을 앞두고 온라인으로 만난 네 명의 빌리는 자신만만했다. ‘연습의 양’은 소년들의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지난 과정을 떠올리며 주현준은 “마스크를 쓰고 연습하느라 힘들었지만, 그래도 실력이 많이 발전했다”며 “모든 장면이 자신있다”고 말했다. 전강혁은 “계속 연습을 하다 보니 실력도 늘고, 나 자신이 대견하다고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우진은 “다른 잘하는 모습을 보니 좀 더 책임감이 생긴다”며 의젓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4명의 소년이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은 그것 자체로 성장담이었다. 1년 6개월의 변화를 지켜본 해외 협력연출자인 사이먼 폴라드는 “18개월 동안 (빌리 역의 어린이 배우들이) 스펀지처럼 모든 걸 잘 흡수해왔다”며 “무대 위 연기가 일상이 될 때까지 훈련했다. 연기 경력이 별로 없는 배우였는데 연기와 노래 모두 다 소화하는 좋은 배우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빌리 엘리어트’ 무대엔 무려 58명의 배우가 함께 한다. 최연소 배우 김민준, 진석후(동네 꼬마 ‘리틀 보이’ 역)부터 최고령 배우 박정자(치매 앓는 할머니)의 나이차는 73세. 그 중 어린이 배우는 29명이다. 최고령인 1942년생의 배우 박정자는 아이들의 변화를 지켜보며 “매일매일 감동이었다. 연습장에 있으면 정말 다른 생각이 아무것도 안 난다. 오직 무대만 바라보는데 눈물이 난다” 고 말했다.

아빠 역을 맡은 최명경은 “한 아이의 성장기라기 보단, 함께 사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 민초들의 이야기”라고 했고, 박정자는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아름다움이 있고, 200℃가 넘는 감동이 있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