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서부 헤라트시에서 여성 50여명 시위 나서
다음날 카불서도 여성 20여명 피켓들고 가두 시위
“이번 내각에 여성 참여시켜야” 구체적 요구 명시
첫 시위 주도 여성 “겁 나지만 맨 앞줄에 서겠다”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여성 탄압으로 악명 높은 탈레반 치하에서 '여성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가 수도 카불은 물론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4일 AP 등에 따르면 아프간 여성 20여명은 전날 수도 카불 대통령궁 인근에서 교육과 취업 기회, 자유 등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전날 서부 헤라트에서 여성 50명이 거리 시위를 벌인 후 카불로 시위가 확산한 것이다.
비록 시위 참여 인원은 적었지만, 탈레반 대원이 거리 곳곳에서 총을 들고 순찰하는 가운데 일부 여성들이 사실상 목숨을 건 시위에 나서 주목을 끌었다.
시위대는 "내각에 여성을 포함해 달라", "자유는 우리의 모토" 등의 팻말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탈레반은 과거 통치기(1996~2001년) 때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특히 여성은 취업, 교육 기회가 박탈됐고 남성 없이는 외출도 할 수 없었다.
새롭게 정권을 잡은 탈레반은 과거와 달리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여성 취업은 대부분 제한된 상태로 알려졌다.
심지어 한 여성은 부르카(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를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총살까지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발표될 새 정부 내각에도 여성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지 여성들은 과거와 같은 억압을 다시 받지 않고자 직접 행동에 나섰다.
탈레반 대원들은 이날 시위 현장 인근에 있었지만, 시위에 나선 여성들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일에는 헤라트시에서 여성 50여명이 거리로 나와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현수막에 "여성의 지원 없이는 어떤 정부도 안정적이지 못할 것"이라고 적었다.
한 참가자는 "여성의 권리를 지켜달라. 새 정부에 여성도 참여시켜 달라"며 "지난 20년간의 진전이 무시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 일할 기회, 그리고 안전을 보장하라"고 탈레반에 요구했다.
이들은 헤라트 주지사 집무실로 행진한 뒤 탈레반 대원들과 대치했다.
여성들은 "겁내지 말자, 우리는 함께 있다"고 외치며 서로를 독려했다.
탈레반 실각 이후 지난 20년간 여성은 교육을 받았고, 랑기나 하미디(45) 교육부 장관과 자리파 가파리(29) 시장처럼 고위직에 진출하는 여성도 나타났다.
이날 시위 주최자인 사비라 타헤리(31)는 "(탈레반 집권 후) 2주 동안 집 안에서 눈물을 흘려야 했다"며 "충분하다. 이제 침묵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타헤리는 "겁이 났지만, 그래도 내가 가장 앞줄에 서겠다고 말했다"며 "탈레반은 우리를 거리에서 볼 거라 생각 못 했기에 놀랐고, 우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아프간 여성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해외 각지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한 격려의 목소리가 쇄도하고 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트위터를 통해 "아프간에서 여성의 권리는 위협을 받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이들은 침묵을 거부했다"며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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